동양 철학의 재발견 4 (五行과 五色)

우리나라에서는 옛 부터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오색을 생활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일생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라는 의미로 어린아이들에게는 색동저고리를 입혔고 사찰이나 대궐에는 오색을 고루 섞은 단청으로 채색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또 비빔밥, 신선로, 잡채, 잔치국수, 구절판 등 음식에도 오색을 골고루 사용하여 건강에 균형을 이루려하였다.

청적황백흑의 순서로 의미를 살펴보겠다.

청(靑)은 푸르다는 뜻이다. 청색은 오행상으로 목(木)의 기운이다. 청은 생명의 시작이고 젊고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8월 꽃이 피기전의 생쪽풀로 옷감을 물들였다. 그러면 초록색이 나온다. 그리고 쪽풀을 발효시켜서 염색을 하면 옷감이 푸른색으로 물들여진다. 청색은 초록색, 푸른색을 뜻한다. 계절적으로는 봄, 방위로는 동쪽, 맛으로는 신맛, 인체장기로는 간담과 연결되어 있어서 간이 좋지 않으면 얼굴색이 푸르스름해진다. 간담이 허약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렵다. 목(木)의 뻗어나가는 기운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청색의 옷과 장신구를 가까이하고 벽지도 초록이나 푸른색으로 바꿔보고 음식도 초록색의 것들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적(赤)은 붉다는 뜻이다. 붉다는 의미는 불에서 유래했고 적색은 피의 색이기도 하다. 갓태어난 핏덩이아기를 적자(赤子)라고 부른다. 적색은 오행상으로 화(火)의 기운이다. 전통혼례에서는 이마와 두 뺨에 적색 연지곤지를 찍었는데 경사스러운 날 음기로 뭉친 잡귀들의 접근을 막는다는 의미도 있고,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기도 했다. 적색은 보통 홍화꽃으로 옷감을 물들였는데 염색의 횟수가 많을수록 진한 적색이 되고 가장 진한 적색은 임금의 옷을 짓는데 쓰였다. 그래서 적색은 임금의 상징이기도 하다. 적색은 여름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남쪽, 맛으로는 쓴맛, 인체장기로는 심장과 소장에 배속된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적색 옷과 장신구를 가까이하고 붉은색 음식들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황(黃)은 누렇다는 뜻이다. 황색은 오행상으로 토(土)의 색이다. 토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모성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만물을 거둬들이는 매장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황색은 대지의 모습을 닮아 만물을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색이다. 오행에서 황색은 중앙에 위치한다. 황색이 우주의 중심이라 하여 황제의 옷을 황색으로 만들었다. 한의학에서는 해독과 중화작용이 뛰어난 감초가 황색이다. 황색은 우리 몸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비위와 연결된다. 얼굴이 누렇게 뜨는 경우엔 비위에 병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황색의 음식들이 도움이 된다. 황색의 음식들은 대개 소화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백(白)은 희다는 뜻이며, 오행상으로는 금(金)의 색이다. 백색은 청정과 순결과 결백, 지조, 절개를 상징한다. 옛날엔 아기가 돌이 되기 전까지는 백색의 옷을 입혔는데, 부정한 것들을 쫒는다는 의미에서다. 또 상복(喪服)으로 흰옷을 입었는데 백색은 오행으로 금(金)기운에 해당되고 슬픔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백색은 여름의 오색찬란했던 것들을 성숙으로 이끄는 가을의 색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별하는 냉철함이 서려있는 색이다. 계절로는 가을, 방위로는 서쪽에 해당하며 인체에서는 폐와 대장에 해당하여 얼굴이 하얗고 광택이 없으면, 폐의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폐가 약한 사람은 도라지. 마늘. 무. 배 등 백색의 음식들이 도움이 된다.

흑(黑)은 검다는 뜻이다. 검은색은 오행상 물(水)을 상징하는 색이다. 물이 깊어지면 시커멓게 보이는 것도 수(水)기운 때문이다. 검은색은 어둠과 죽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검은색은 만물의 생사를 관장하는 신(神)의 색으로 여겨졌다. 드라마에서 저승사자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등장하는 이유이다. 검은색은 계절로는 겨울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북쪽, 맛으로는 짠맛에 해당하고 인체장기로는 신장과 방광에 배속된다. 신장과 방광이 부실하면 눈 밑이 거무튀튀하게 변한다. 이런 이들에게는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 등 검은색 음식이 도움이 된다. 검은색의 음식들은 대개 생명의 근간이 되는 정(精)을 쌓는 기운이 있다. 신장,방 광이 약한 사람들은 검은색 옷이나 장신구를 가까이하면 좋다.

야외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실생활에 오방색을 활용하는 지혜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

 

진리영 / ilhada9@naver.com

1 댓글

  1. 기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상세힌 설명을 공부하니
    아주 유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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