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재발견 9, 얼굴에 드러난 오행 – 오관 (五官)

누구나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본 전제이다. 서양의학에서는 특별한 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의사가 될 수 있지만, 동양의학은 몸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니 의사가 되어야한다는 말이 더 알맞을 것 같다.

 

자신이 자신의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몸에 대해서 잘 알아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오장(五臟)이 밖으로 출장 나와 있는 오관(五官)을 공부하는 것은 필수이다. 오장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오관은 지금 당장 눈으로 관찰이 가능하기에 아주 실용적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망진(望診: 눈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 병을 진단하는 것)을 할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오관이다. 오관을 관찰하면 관련 장부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오관은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시그널인 것이다.

눈은 간, 혀는 심, 입은 비, 코는 폐, 귀는 신과 관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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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간(肝)과 연결된 기관으로 간의 구멍이라고 불린다. 간은 목(木)의 기운으로 동쪽의 밝은 곳과 연결된다. “눈이 밝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시각화되는 시대이다. 이 시각정보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간에 피로가 쌓이게 된다. 현대인들이 화병, 불면증, 안구건조증 등과 같은 간과 관련된 질병을 많이 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눈에는 또한 장기의 정보가 들어 있다. 부위별로 흰자위는 폐, 검은 자위는 간, 위아래 눈꺼풀은 비, 눈의 안쪽과 바깥쪽은 심, 눈동자는 신이 담당한다.

의사들이 진찰할 때 눈을 유심히 살피는 것도 온 몸의 정보가 눈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병이나 위중한 병이라도 눈에 광채가 있으면 고칠 수 있다. 그러나 눈에 광채가 없고 흐리멍텅하면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오장의 기운이 모두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눈은 많은 정보들을 보여준다. 안구뿐만 아니라 피부와 소변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황달이라 하는데 이는 간의 문제로 생기는 병이다. 또 눈이 건조하고 까끌까끌하면 간에 혈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고 안구의 결막이 충혈된 것은 폐나 심의 화(火)기운이 과도하다는 신호다.

눈에도 숨구멍이 있다. 눈도 숨을 쉬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등산을 해서 땀을 내면 일시적으로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눈의 숨구멍이 열렸기 때문이다. 눈의 건강을 위해서는 틈나면 눈을 감고 눈을 쉬어주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 손바닥을 열이 나도록 문질러서 눈에 갖다 대는 것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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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는 심(心)과 연결된 기관이다. 혀는 영근(靈根)이라 불리는데 신령스러운 뿌리라는 뜻이다. 세치 혀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니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심은 정신을 주관하는 군주(君主)의 기관이다. 정신의 신령스러운 작용이 이 심에서 일어난다. 심은 여러 겹의 보호장치들로 둘러싸여 있다. 폐가 심 주위를 감싸고 있고, 그 밖을 갈비뼈가 지키고 있다.

혀도 마찬가지다. 혀는 이(齒)의 호위를 받고 입술이 굳게 문을 닫고 지키고 있다. 정신의 힘과 그것을 언어화하는 혀가 이중삼중으로 보호되어야 할 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함부로 내돌리면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심은 칠정(七情)을 다스리는 기관이다. 칠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기가 막히게 되면 심의 아바타인 혀가 붓고 말을 못하게 된다. 심에 열이 있는 경우에는 혀가 터져서 염증이 생기고, 간의 기운이 막히면 혀에서 피가 난다. 비의 기운이 막히면 혀에 설태가 끼는데 이것은 병증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우리가 흔히 할 말을 못하면 목구멍에 복숭아뼈가 걸린 것 같다고 하는데, 할 말을 못해 혀의 뿌리가 뭉친것이다. 심(心) 즉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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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비(脾)와 연결된 기관이다. 입 주위에는 위, 대장, 비등 소화기관의 경락이 포진하고 있다. 입이 음식물을 섭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입에는 임맥의 끝이 닿아 있어서 생식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여성의 자궁 상태가 잘 드러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입이다. 입 주변이 검어지거나 뾰루지가 생기면 자궁의 이상을 확인해야한다.

입은 옥지(玉池)라고 불린다. 몸에 보배가 되는 연못이라는 의미이다. 입은 진액이 풍부하게 담긴 연못이다. 건강한 사람의 입에는 항상 침이 고여 있다. 침이 부족하면 입술이 먼저 마르기 시작한다. 입냄새가 나는 것도 침이 위의 열에 의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입술은 병증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부위이다.

입술이 창백하면 대개는 혈이 부족한 증세이고, 입술에 청자색이 감돌면 혈이 뭉쳐서 생긴 어혈이 기의 순환을 막고 있다는 신호다. 입술과 침의 상태를 잘 살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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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우리 몸에서 공기가 드나드는 문이다. 코는 하늘로 부터 받은 천기를 배꼽 아래에 있는 단전으로 내려 보낸다. 코는 천기가 드나드는 입출구인 것이다. 코는 폐의 구멍이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오는 것도 코가 폐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코가 막히면서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것은 풍한(風寒)이 원인이고, 반대로 누렇고 끈끈한 콧물이 나오는 것은 풍열(風熱)이 원인이다.

콧구멍이 건조하고 그을음 처럼 검은 것이 묻어나는 것은 폐와 위의 열이 극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액이 메말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코끝이 항상 붉은 딸기코는 폐와 위의 열이 쌓여서 어혈이 된 경우다. 또한 폐병 환자들은 코의 끝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폐의 기운이 모두 소진된 때문이다. 콧등이 검은색이면 비위에 병든 것이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는 것은 과로가 그 원인이다. 코끝이 푸르면 몸에 통증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폐를 건강하게 하려면 양손의 가운데 손가락으로 코의 양옆을 열이 나도록 20~30번 문지르는 것이 좋다.

 

♦ 귀(耳)

 

귀는 신(腎)의 구멍으로 소리를 듣는 기관이다. 소리는 음에 해당하는데 우리 몸에서는 음기가 가장 센 신이 담당한다. 귀는 양기를 받아야 작동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양기를 받기 위해서는 일단 음기가 충분해야한다. 신이 저장하고 있는 정(精)이 음기에 해당한다. 이 정이 고갈되면 귀에서 소리가 나고 심하면 귀가 멀게 된다. 신은 수(水)의 기운으로 북쪽의 어두운 곳과 연결된다. “귀가 어둡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노인이 되면 대개 귀가 어두워지는데 이건 신의 기운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간혹 큰 병을 앓고 난 뒤에 귀가 멀거나 어두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신의 기운인 정이 고갈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귀는 모든 경맥이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귀에 침을 놓아 병을 고치는 이혈요법도 있다. 몸에 병이 생기면 귓바퀴에 그 징후들이 나타난다. 보통사람들은 귓바퀴에 항상 살집이 있고 윤택하다. 하지만 살집이 얇으면서 건조하고 윤기가 없으면 신의 기운이 상한 것으로 본다. 특히 귀가 새까맣고 위축된 경우에는 신의 기운이 거의 고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에는 온 몸의 상태가 지도처럼 들어있다는 것이 이혈요법 하는 이들의 말이다. 그만큼 신의 기운인 정기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온 몸의 건강을 위해서 귀를 수시로 주물러주는 것이 좋다. 귓바퀴를 가로로 세로로 접어주고 당겨주고 하다보면 심하게 아픈 곳이 있는데 그곳을 더 주물러 주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진리영 / ilhada9@naver.com

 

 

1 댓글

  1. 자신이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
    귀감이 됩니다 늘 깨어 소중한
    자신을 돌보는 삶을 살아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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