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재발견 8, 오행(五行)과 다섯 가지 맛 오미(五味)

설 명절 연휴가 끝났다. 이 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살과의 전쟁‘을 결심한다. 명절 음식의 ‘칼로리’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을 칼로리로만 판단하는 풍조에는 동의 할 수 없다. 전통적인 지혜의 빛이 점점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지혜는 지식이 쌓여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칼로리에 집착하지 않고 지혜롭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오행으로 본 음식의 ‘다섯가지 맛'(오미)에서 찾아본다.

 

♦ 음식물에 녹아 든 기(氣)가 표현되어 나온 것이 “맛”이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고유의 특성을 가려내기 위한 저울로 “맛”을 사용했다. “맛”이 음식을 판가름하는 제 일의 기준이었다는 뜻이다. “맛”은 칼로리로는 파악할 수 없는 그 음식의 정수를 알 수 있게 한다. 음식물에는 기(氣)가 녹아 들어 있는데, 그 기(氣)가 표현되어 나온 것이 바로 “맛”이다.

맛의 기는 오행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타난다.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오미(五味)가 그것이다. 오행으로 오미를 구분 할 때 형(形)과 기(氣)의 두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형은 외부이고, 기는 내부의 본체이다. 우리가 입안으로 느끼는 맛은 겉모양 일뿐, 몸에 들어가서 작용하는 것은 음식의 안에 숨은 기(氣)다. 이제 각각의 오행에 어떤 맛이 해당하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자.

 

신맛 ()

 

‘실 산(酸)’자는 글자의 겉모습에서 벌써 신맛이 물씬 느껴진다. 이 글자에 쓰인 유(酉)자는 술 주(酒)자에 쓰이는데, 발효주에서 나는 시큼한 맛을 의미한다. 酉는 하늘 아래 땅의 기운을 설명하는 12지지 중 하나로 오행에서 金기운에 배속한다. 그러므로 닭 유(酉)자의 신맛이 金과 관련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신맛의 겉은 금(金)이다. 金은 수렴하는 작용을 한다. 신맛을 맛보면 눈, 코, 입안이 오물아 든다. 이것은 수렴하는 금 기운이다. 신맛은 金의 수렴하는 작용을 통해서 금극목(金克木)의 작용을 한다. 다시 말해서 신맛은 木에 가서 작용을 하는데, 오장 중 木의 장부인 간의 기운을 북돋는다.

우리 몸에서 간은 용감하게 싸우는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다. 신 것을 많이 먹는 사람은 화를 잘 낸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간의 기운이 균형을 잃어 과하게 신 음식을 찾게 된 때문이다. 임신한 여성이 신 음식을 찾는 것도 아이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간의 활동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또 술 마신 다음날 신 음료가 끌리는 것도 신 것이 해독작용을 담당할 간을 활성화시킬 촉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木기운은 土를 극하므로 (木克土) 신맛은 소화를 저하시킨다. 따라서 비위에 병이 있는 사람은 신맛을 피해야 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은 대부분 신맛을 즐기지 않는다.

 

쓴맛 (고 苦)

 

‘쓸 고(苦)’자는 쓴맛을 의미하는 글자다. 본래 씀바귀를 의미하는 글자였는데, 씀바귀가 쓴맛이 나는 풀이라는 데서 ‘쓰다’는 의미로 파생되었다고 한다. 몸살이 나서 열이 펄펄 날 때 입 안에 쓴맛이 돌면서 혀끝이 아리다. 몸에 화기가 치성하면서 화기와 연동되어 있는 쓴맛이 함께 살아나기 때문이다.

쓴맛의 겉은 수(水)이다. 쓴맛은 수극화(水克火)하여 火에 가서 작용한다. 쓴맛은 화 기운으로 작용하므로 심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쓴 음식의 대표주자로 커피를 들 수 있는데 커피는 열대지방에서 재배하고 로스팅까지 한 화기(火氣)의 집약체이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의 활동이 활발해져 집중력이 올라간다. 반면에 화기(火氣)는 화극금(火克金)하여 폐 기운의 활동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폐에 병이 있는 사람은 쓴맛을 피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감기에 걸렸을 때엔 커피를 피하는 것이 좋다.

 

단맛 (감 甘)

 

‘달 감(甘)’자는 입(口)안에 음식물(一)을 머금고 혀로 맛보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다.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먹는 음식은 사탕이나 엿처럼 주로 단맛이 나는 것이다. 여기서 ‘달다’는 뜻이 나왔다.

단맛의 겉은 목(木)이다. 단맛은 입안을 감미롭게 한다. 단것을 먹으면 사람들의 표정이 부드럽고 만족스러워 지는 것은 木의 사랑스런 성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맛은 성인들보다 어린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어린이들에게 단맛을 느끼는 미각이 더 발달되어 있다고도 하지만, 유년기는 일생 중에서 木의 시기에 해당하기에 어릴수록 木기가 활성화되어 그러한 것이다.

그런 단맛은 목극토(木克土)하여 土에 가서 작용을 한다. 예로부터 단맛을 오미(五味)의 주인으로 여겨 다른 맛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土기운이 중앙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것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단맛은 비장에 작용한다.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가 주로 단맛의 음식들인데 이는 소화기능을 돕기 위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 토는 수를 극하므로 단맛은 신장 활동을 저하시킨다. 신장에 병이 있는 사람은 단맛을 피해야 한다. 단맛이 신기(腎氣)를 억제하여 노폐물의 배출을 저지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장과 방광이 제 역할을 못하므로 몸에 부기가 잘 안 빠진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새겨 둘 점이다.

 

매운맛 (신 辛)

 

‘매울 신(辛)’자는 죄인의 이마에 문신할 때에 쓰는 자루가 두껍고 끝이 날카로운 단검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단검으로 찌르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뜻에서 ‘맵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매운맛의 겉은 화(火)이다. 보통 매운 음식은 색이 붉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화끈한 열기 때문에 온몸에 땀이 뻘뻘 난다. 매운맛의 화기가 몸에 작용하여 몸에 쌓인 기운을 발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몸에 열기가 필요하다고 매운맛을 찾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예를 들어 슬픔을 당한 사람들이 우울함을 덜어보겠다고 매운 것을 찾는 것을 종종 보는데 되레 침울함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가 있다. 왜냐하면 매운맛은 화극금(火克金)하여 폐에 작용한다. 매운 것을 먹으면 폐에 작용하여 폐기가 성해진다. 그러면 폐가 주관하는 슬픔이 고조되어 더 슬퍼지는 것이다. 매운맛은 폐가 약한 사람에게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 쓰이는 약재는 맵고 더운 성질의 것들인데, 쇠약해진 폐기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은 금극목(金克木)하여 간을 극하기도 한다. 대체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정도와 주량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는데, 간이 건강하면 술도 잘 해독하고 매운맛이 키워내는 금기운으로 부터도 안전할 수 있다. 따라서 간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매운맛을 피하는 것이 좋다.

 

♦ 짠맛 (함 鹹)

 

‘짤 함(鹹)’자에 들어있는 ‘소금 로(鹵)’자가 짠맛을 말해준다. 짠 맛의 겉은 토(土)이다. 짠맛은 토 기운의 조화하는 성정으로 맛들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 아무리 요리를 못해도 소금 간을 잘 맞추면 웬만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짠맛이 맛의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단팥죽 단맛에는 소금이 “신의 한 수”다.

짠맛의 또 다른 중요한 작용은 경직된 것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것이다. 이를 연견(軟堅)작용이라 하는데, 이 역시 토 기운이 작용한 것이다. 토 기운은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김치를 담글 때 소금에 절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도 소금물을 마시면 변이 부드러워진다. 소금을 이용해 우리 몸의 뭉친 곳을 풀기도 한다. 소금은 발작을 일으킨 사람의 응급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소금의 이런 용법은 토기가 이완과 진정의 중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짠맛은 토극수(土克水)하여 신(腎)에 작용한다. 신장의 기운을 이완시키고 부드럽게 만드는 토 기운과 반대로 단단하게 응축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신장계통으로 오는 질병은 주로 신(腎)의 수축하려는 성질 때문에 기운이 뭉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럴 때 짠 음식을 먹으면 과도해진 응축력으로 뭉쳐버린 기운을 중화시키는 토의 작용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한편 짠 음식을 먹으면 신의 응축작용이 완화되어 수극화(水克火)하는 힘이 떨어지게 되어, 심장의 화기가 치성해 지기도 한다. 그것이 의사들이 짠맛을 금기시 하는 이유이다. 현대인들이 고혈압과 같은 심장계통의 질병을 많이 앓기 때문에 짠맛을 삼가 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짠맛이 무조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알맞게 섭취하면 인체의 순환기가 안정되고 뼈도 튼튼해진다.

 

♦  “중용”에 함축된 의미가 건강에도 적용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오행은 겉으로 나타난 것과 안으로 함축된 기의 흐름이 상생과 상극(본지 11월 26일자 “동양철학의 재발견 2 오행” 참조) 작용으로 서로 균형과 견제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과하거나 부족하여 균형을 잃게 되면 병이 나는 것이다. 균형이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중용”이다. “중용”의 함축된 의미가 건강에도 적용 된다. 이제까지 연재한 음양오행을 복습하여 자신을 파악하는 것은 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진리영 / ilhada9@naver.com

1 댓글

  1. 오랜 삶을 살면서 늘 접하는 음식문화의 진장
    한 의미를 잘 모르고 살았다는게 부끄럼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지혜는 지식이 쌓여 이루어진다’는
    말이 귀감이 됩니다 좋은 정보와 유익한 지혜를
    주심에 깊이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글을
    기대해봅니다

댓글 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