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인가를 숨김없이 속속들이 털어 놓을 때 오장까지 뒤집어 보인다는 말을 한다. 오장은 우리 몸의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이다.
♦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이 다섯 기관은 몸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져 있다. 심과 폐, 간은 갈비뼈 밑에 있으며 신과 비는 척추와 소화기관이 감싸고 있다. 그만큼 오장이 중요하다는 몸의 표현이다. 오장이라 할 때 ‘장'(臟)은 ‘육달 월(月)’과 ‘감출 장(藏)’이 합쳐진 글자로 몸의 중요한 기관이므로 감춰 놓았다는 뜻이다.
♦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오장은 우리 몸 안의 오행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에는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는 말이 있다. 우주의 오행이 곧 우리 몸의 오장이라는 뜻이다. 오행은 천지의 만물을 생성시키고 상생·상극의 역동적인 흐름을 만든다.
오장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생명활동 전반을 주관한다. 오장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다섯 개의 기관이 서로 의지하여 순환에 관여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한다.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오장은 서로 조화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몸 안에서 끊임없이 상생·상극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 木의 기운을 모아두는 곳은 간 (肝)
♦ 火의 기운을 모아두는 곳은 심장 (心)
♦ 土의 기운을 모아두는 곳은 비장 (脾)
♦ 金의 기운을 모아두는 곳은 폐 (肺)
♦ 水의 기운을 모아두는 곳은 신장 (腎)
< 간肝 : 木의 기운 >
동의보감에는 오장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간은 봄에 초목이 싹트는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생김새부터 木의 기운이 느껴진다. 한자로 보면 ‘육달 월(月)’과 방패 간(干)이 합쳐진 글자가 ‘간'(肝)이다. 한의학에서는 간을 장군(將軍)으로 비유한다. 실제로 간이 큰 사람은 용기와 배짱이 두둑하다. 우리말에도 “간이 크다.”라며 용감한 사람을 일컫는다. 간은 생명의 기본이 되는 피를 저장하고 있다가 내보내는 역할을 하다. 또 간은 왕성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간은 해독 기관이다. 소화기관을 거쳐 온 피는 간에 저장되는데 이때 간은 핏속의 독소를 제거한다. 몸에 들어온 독소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패(干)인 것이다. 이밖에도 간은 근육을 관리하고 눈과 연결되어 있으며 분노의 감정을 주관한다. 간이 나쁜 사람이 짜증이 많은 것은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심장 (心) : 火의 기운 >
심장은 火에 속한 장기인데 火의 기운은 오행 중 발산하려는 힘이 가장 강하다. 동의보감에 심장은 연꽃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한의학에서 심장을 우리 몸의 군주(君主)라고 부른다. 몸의 중심에 위치하며 평생 쉬지 않고 생명의 원천인 피를 몸 구석구석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는 군주가 만백성을 보살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명의 근원은 물이다. 하지만 그 물을 데우고 운용하는 건 불이다. 우리 몸에서는 그러한 작용이 혈(血)로 드러난다. 피의 대부분이 물이지만 그것이 빨간색을 띠는 것은 불기운이 거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심장은 이 피를 주관하며 온몸으로 피가 순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심장은 신(神)이 거처 하는 집이다. 神은 우리의 정신활동을 의미하는데 심장이 그 정신활동의 주인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마음을 ‘heart'(심장)이라고 한다. 심장은 우리 몸의 맥을 주관하며 얼굴에서는 혀로 드러나고 기쁨의 감정을 주관한다.
< 비장(脾) : 土의 기운 >
동의보감에 비장은 말발굽같이 생겨서 위(胃)를 감싸고 있는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비장을 창름(倉廩)의 기관이라고 부르는데 창름이란 창고라는 뜻이다. 우리 몸에 들어온 음식물을 받아 저장하는 창고가 비장인 것이다. 한자로는 ‘육달 월(月)’과 ‘낮을 비(卑)가 합쳐진 글자인데 ‘낮을 비’는 의식(儀式)에 필요한 물건을 들고 시중을 드는 사람의 상형이다. 의식은 주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이는 土위에서 목화금수의 운동이 펼쳐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몸에서는 비장(脾)이 간(肝), 심(心), 폐(肺), 신(腎)이 활동할 수 있는 땅이 된다. 비장의 주요임무는 운화(運化)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거기서 얻은 영양분을 전신으로 운반한다는 의미이다. 비장은 우리 몸의 사지(四肢)와 연결되고 얼굴에서는 입이며 감정으로는 생각(思)에 해당한다.
< 폐(肺) : 金의 기운 >
동의보감에 폐의 모양은 사람의 어깨와 비슷하고 24개의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들은 24절기와 상응한다. 폐는 우리 몸에서 외부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기관이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도 폐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한자로 보면 폐는 ‘육달 월(月)‘과 ‘저자 시(市)’로 이루어진 글자다. 시는 시장을 의미한다. 시장은 각지에서 생산된 것들이 한곳에 모이는 장소이자 물건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폐도 이산화탄소와 산소가 교환되는 우리 몸의 시장이다. 폐는 호흡을 통해서 하늘의 기운을 모으고 그것을 온몸 곳곳에 보낸다. 폐는 피부와 연결되어 있어서 폐기가 약하면 피부가 거칠어진다. 얼굴에서는 코에 해당하며, 슬픔의 감정을 주관한다.
< 신장(腎) : 水의 기운>
신의 모양은 팥처럼 생겼는데 둘로 나눠져서 척추에 붙어 있다. 두 개의 신은 각각 水와 火에 속한다. 우리 몸에서 물과 불은 항상 붙어 다닌다. 음양의 이치이다. 水는 지혜롭고 영리함을 상징한다. 한의학에서는 수를 주관하는 신장에서 기교가 나온다고 말한다. 한자로 풀이해 봐도 그렇다. 신(腎)은‘육달 월(月)’과 ‘어질 현(賢)’이 합쳐진 글자다. 우리 몸의 어질고 현명한 기관이라는 의미이다. 신은 생명의 원천인 정(精)을 주관한다. 정액은 생명을 탄생 시킬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물질이다. 신은 우리 몸의 뼈를 주관하고 얼굴에서는 귀와 연결되며 감정으로는 두려움을 주관한다.
이렇게 오장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오장은 귀중한 기관이고 한번 병에 걸리면 치료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 이유는 오장의 병은 상극으로 가기 때문이다. 심장의 병은 폐를 극하고, 폐는 간을 극하며, 간은 비장을 극하고, 비장은 신장을 극하고, 신장은 다시 심장을 극하는데 심장은 신장의 극을 이겨내기 매우 힘들다. 상극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의 약한 곳을 사정없이 극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장의 병은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황제내경 영추편에는
“오장은 정신, 혈기, 혼백을 간직하고 6부는 소곡을 소화해서 진액을 만든다.”라고 한다. 오장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적인 장애가 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오장에 생긴 병을 고치려면 약물이나 음식보다 정신적인 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평소에 오장이 주관하는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오장의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다음 회에는 감정을 다스리는 원리를 알아보려한다.
진리영 / ilhada9@naver.com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행과 인체의 조화 참으로 신기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