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五行)이란 동양 철학에서 우주 만물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오행을 한 글자 한 글자 분석해보면 다섯 오(五)자에 다닐 행(行)자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다닐 행자는 걸음걸이 즉 움직임을 뜻하는 말이다. 우주 만물의 다섯 가지 움직임. 그것이 바로 오행의 의미이다. 여기에서 움직임이라는 말은 바로 만물의 상태가 변화하는 양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동양철학에서는 오행(五行)을 사람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의 개념에서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오행의 다섯 가지 요소로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무엇을 뜻함을 알기 전에 우리는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어떻게 현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아프리카 세링게티의 초원 위에 한 그루 나무(木)가 있다고 생각하자.
- 어느 날 맑은 하늘에 벼락이 나무(木)에 내리쳐서 불(火)이 났다.
- 결과적으로 불은 재가 되어 땅(土)에 흡수되어 땅을 기름지게 했다.
- 땅 속에는 금(金)이 있다.
- 그 금은 녹아서 물(水)가 된다.
- 물은 나무가 성장하게 한다.
이것을 요약하면
- 나무는 불을 낳는다. 나무에서 불이 난다. => 목생화(木生火)
- 불은 흙을 낳는다. 불이 나면 재가 나와 흙이 된다. => 화생토(火生土)
- 흙은 쇠를 낳는다. 흙에서 쇠가 난다. => 토생금(土生金)
- 쇠는 물을 낳는다. 쇠에서 물이 맺힌다. => 금생수(金生水)
- 물은 나무를 낳는다. 물은 나무를 살린다. => 수생목(水生木)
가 된다. 이것을 동양철학에서는 상생相生이라고 하는데, 서로 도움이 되어 살게 해 준다는 의미로 해석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생관계가 아닌 반대의 경우가 있다.
다시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으로 돌아가 그 풍광을 바라보자
-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뿌리로써 땅 속을 파고들어 땅을 이겨야 산다.
- 땅은 물을 흡수하여 버리고 제멋대로 물길을 막거나 웅덩이 속에 물길을 가둬버린다.
- 초원에 불이 나면 비가 와서 불을 꺼버린다.
- 불은 땅 속의 쇠를 녹여서 물로 만들어 버린다.
- 쇠는 원주민의 톱과 도끼로 만들어져 나무를 베어 버린다.
이렇듯이 서로 상대방의 기운을 약하게 하는 것을 동양철학에서는 서로 잘 살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하여 상극相剋관계라고 한다. 이 현상을 요약하면
- 나무는 땅 속에 뿌리를 내려 땅을 이긴다. => 목극토(木剋土)
- 땅은 물을 흡수해 버리고 물길을 가두거나 막아 이긴다. => 토극수(土剋水)
- 물은 불을 이겨 결국에는 불을 꺼서 불을 이긴다. => 수극화(水剋火)
- 불은 쇠를 녹이므로 쇠를 이긴다. => 화극금(火剋金)
- 쇠는 나무를 치는 도끼나 칼로 사용되어 나무를 이긴다. => 금극목(金剋木)
이러한 상생과 상극관계를 종합해 보면 상생은 하나의 요소가 다음 번 순서의 요소를 촉진하고 자생하며 조장하는 것으로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이라고 한다. 반대로 상극은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를 제약하거나 억제하는 것으로 목극토(木剋土), 토극수(土剋水), 수극화(水剋火), 화극금(火剋金), 금극목(金剋木)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극과 상생 관계는 우주의 질서 이며 그 질서 속에서 너무 성한 것은 반대 되는 기운이 막아줘서 원상을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흡사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같은 현상을 의미한다. 세렝게티 초원에 불이 나서 온 세상이 뜨거워지면서 같이 하늘로 올라간 습기가 뭉쳐서 구름이 되어 다시 하늘에서 비를 뿌려 불을 끄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생 뿐만 아니라 상극관계에서도 다섯 가지의 요소가 서로 도와주고 제어하며 움직임으로써 사물의 동태적 평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에서 다섯 가지 특성들을 추출해서 오행이라고 부르고, 그 오행 간의 관계를 연구한 것이 오행론이다. 이러한 논리구조는 이른바 현대 학문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동일하다. 예를 들어서, 물리학에서는 현실을 한 단계 추상화시켜 현실에서 ‘질량’이라든지 ‘전하량’이라는 특성을 추출해낸다. 현실은 질량 이외에도 색깔, 모양, 재질 등 여러 특성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해석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특정한 요소들을 추출해낸 것이다. 즉 현실에서 오행의 특성을 추출하고 오행의 특성에서 다시 오행론에 입각해서 해석하며, 그 오행론의 결과로 현실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이 오행론의 연구방법인 것이다.
목, 화, 토, 금, 수는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세상의 본체론과 그 맥락이 같은 것은 것이다. 즉 탈레스가 우주의 본체를 ‘물’이라고 했으며,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했고, 헤라크레이토스가 ‘불’이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이들은 우주의 본체를 ‘단원론’으로 본 사람들이며, 엠페도크레스 같은 사람은 우주의 본체를 물, 불,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요소인 ‘다원론’으로 본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본체론에서 본 추상화의 개념을 잘 이해한다면 목은 나무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오행론은 단순히 그 형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행론은 나무라면 나무의 특성을 가진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생명력 있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오행론이다. 그와 같이 오행론에서 화는 단순히 불이 아니며 불 같이 활기 넘치게 피어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토도 흙이 아니고 점성이 강하거나 약하거나 뭉쳐야 힘을 내는 기운을 의미하며, 금도 쇠와 같이 단단한 기운을 말하는 것이며, 수도 물 자체가 아니라 만물에게 필요한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
송근석 기자 / shark@goodmonday.me
매우 지적이며 뇌를 쫄깃쫄깃하게 하는 훌륭한 정보지입니다. 부스러기처럼 알고있던 지식들이 퍼즐맞추듯 꿰어지는 희열도 있습니다. 자주 들어와서 보고싶네요. 어플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