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돌아오는 시기인가 보다.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에는 언제나 한치의 오차도 없다.
제주도 해변가를 돌아보니 어느 곳은 만발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아무래도 내가 머무는 곳과 해변가는 4-5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사랑과 정열을 뜻하는 꽃말과는 달리 절간에 피는 동백은 아직은 애처롭게 아주 띄엄띄엄 피어 있다. 같은 꽃이라도 그 곳에 머무는 사람의 성향을 닮아가는 듯 … 절집의 동백은 북적거리는 것이 싫은가 보다.
그저 오는 인연에 덤덤하고 가는 인연에 애착이 없는 생활에 젖어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이 없어진 듯하다.
생활과 그에 따른 의식 또한 깃털처럼 가벼워야 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이 이제사 몸에 익는 느낌이다. 법구경의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불편한 것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어느 구절처럼 …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촘촘한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런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창가에 혼자 피어있는 빨간 동백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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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의해 구별되는 것은 항상 유쾌한 일이다.
나는 그저 이 심각한 시대에 심각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으로 구별되길 바란다.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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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