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아내의 친구로부터 다기 세트를 선물 받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에서 모자란 것만 받았으면 하였으나 다관 1개, 찻잔 5개, 숙우 1개로 완전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멋있는 다기 세트로 인해 고요하던 마음에 자그마한 갈등의 파동이 생긴다. 지금까지 오시는 분들에게 이쁜 모습으로 차를 내어주던 기존의 찻잔들에게 무심해져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려니,,,
좋은 것도 두개가 되니 마음이 번잡스럽다.
열흘 전 밀양에서 겨울에 예불할 때 입을 티셔츠가 마땅하질 않아 아내와 가까운 곳에 나들이 하여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니 가격이 만만치를 않다. 가족에게는 가격에 둔감하더니만 스스로에겐 아주 민감하다. 그래도 눈 감고 하나 골랐다.
예불 전 입어야 할 티셔츠에 새로 산 옷에 손이 가면서 슬며시 웃음을 지어본다. 번갈아 입을 것이 서너개 생기니 손이 미쳐 가지 않는 티셔츠에 미안한 마음이 드나보다.
생활이 단촐하고 담백하지 않으면 마음이 번잡스러워지고, 번뇌의 파동이 조금씩 거칠어진다.
작은 삶에 길들여져 단촐 하던 생활에 조금씩 변화되는 것에 민감해 지는 것도 신경 쓰인다.
조금만 불편하면 물질적, 정신적 그리고 공간적인 쾌적함에 익숙해지건만…
또 자그마한 욕심이 올라왔나보다.
그런 쾌적함의 행복 또한 끊임없이 스스로와 대면하여 마주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얻어내기 쉽지 않으리라.
눈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스러움
맛으로 느낄 수 있는 포만스러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안락스러움
상대적인 느낌으로 가질 수 있는 우월감
등등의 행복들의 파동은 거칠고 유혹적이다.
그런 종류의 행복의 지수를 낮추면 또 다른 종류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으련만…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라는
글귀처럼 마음의 빈곤은 여러 감정들을 유혹한다.
짐이 많아지니 마음도 무거워지는 것 같다.
또 정리할 시간인가 보다.
오랜만에 올려다 본 아침의 햇살이 구름을 비추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오른다.
구름이 불그스레 옅은 분홍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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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부릴수록 더 부풀고
미움은 가질수록 더 거슬리고
원망은 보탤수록 더 분하고
아픔은 되씹을수록 더 아리며
괴로움은 느낄수록 더 깊어지고
집착은 할수록 더 질겨지는 것이니
부정적인 일들은
모두 모두 지우는 게 좋습니다
지워버리고 나면
번거롭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사는 일이
언제나 즐겁습니다
—안국훈의 글에서—
제주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