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영화 남한산성의 척화파 영수 김상헌이 청나라로 잡혀 가면서 읊은 시조다. 아마도 서울을 지나 개성을 가는 길에 지금의 고양시 지경을 지나다가 지은 시조가 아닌가 생각 된다. 그쯤에서 삼각산이 제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三角山삼각산은 세(三) 개의 뿔(角) 이라는 의미의 산(山)이다. 북한산의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 등 3개의 바위 봉우리가 마치 뿔처럼 솟아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 북한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지점은 무술년 첫 날 문재인 대통령이 오른 사모(紗帽 )바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라고 한다. 그 바위 아래 승가사(僧伽寺)가 있다.
옛날부터 한양 근교의 4대 사찰로 북쪽에는 승가사, 동쪽에는 불암사, 서쪽에는 진관사, 남쪽으로는 삼막사를 꼽았다고 한다. 승가사는 사모 바위 옆의 비봉에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것으로 볼 때 550년 경 창건 된 것으로 추정 된다고 한다. 승가사를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대웅전 마당까지의 계단 길에 올라서면 더 갈 곳이 없을 줄 알고 그냥 내려가기 때문이다.
대웅전을 오른편으로 끼고 올라서면 약사전이 있다. ‘승가굴’로 알려진 이 굴 속이 약사전이다. 입구 암벽에는 추사 김정희가 쓴 영천(靈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승가굴 안의 석간수가 많은 병자를 치료한 영험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세종대왕비 소현왕후가 이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 승가굴이 약사전으로 불려지는 이유다. 굴 안으로 들어가면 특이하게 두건을 쓴 대사의 좌상이 조성돼있다. 머리에 두건을 쓰는 것은 중국風으로 알려져 있다. 달마대사의 그림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 된다.
약사전을 지나면 108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 계단 끝에 마애불이 자리한다. 고려시대 초기 작품으로 추정 되는 이 마애불은 머리 위의 화개(華蓋)도 잘 보존 되어 있고, 상호도 위엄이 있는 잘 생긴 불상이다. 바위에 뚫려 있는 구멍은 부처님을 모실 때처럼 ‘닫집’을 했었던 것으로 추정 된다. 야외에 마애불을 조각하고 화개에 닫집까지 만들었었던 것으로 볼 때 엄청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입석에 새겨 놓은 불상은 지맥이 뭉친 곳이라 기돗발이 특별히 좋다고 한다.
그 증거로 여기에는 고드름이 거꾸로 생긴다. 요즘 같은 겨울에 가서 마애블 앞 용으로 조각한 향대속의 물이 둥근 고드름으로 얼어 하늘로 솟아 있는 모습을 보면 경외감이 절로 생긴다.
명리학에서는 입춘을 새해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한다. 2월 4일이 입춘이니, 그 전에 하늘로 동그랗게 솟아 오른 고드름을 보기 위해서라도 가 볼만한 곳이다.
정정숙 기자 /jschung0529@gmail.com
오호~
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