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 깜찍함 속에 숨은 뻔뻔한 민낯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이 2014년 실리콘밸리의 투자사로부터 120억원,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의 투자 유치와 함께 TV광고를 통해 네티즌의 환심을 산 광고 카피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이다.
이 깜찍한 광고 하나로 ‘배달의 민족’은 대한민국 광고대상, 에피어워드, 서울영상광고제, 대한민국 마케팅 대상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단숨에 업계1위로 자리 잡았다. 2015년 네이버가 350억원을 투자할 때 받은 기업 가치는 7000억원이었고, 2017년 말에는 누적 다운로드 3천만건을 달성하였다.
그러던 ‘배달의 민족’을 2019년 12월 배달 앱 세계 1위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DH)가 40억달러(약 4조 7천억원)에 인수하였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이미 2011년부터 국내에 진출하여 딜리버리 서비스를 하는 ‘요기요’라는 국내 2위업체의 주인이다.
‘배달의 민족’이 2010년 자본금 3000만원 스타트업에서 ‘요기요’를 누르고 초유의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성장이면에는 ▲ 전통적인 골목상권 붕괴, ▲ 배달종사자들의 희생 등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피해자의 대부분이 나이든 영세 음식점 주인들과 오토바이 한 대로 길거리를 누비는 배달원이라는 데 있다. 우선 영세 움식점 주인들은 ‘배달앱’, ‘오픈리스트, 울트라 콜 등의 생소한 용어가 발목을 잡았다. 나이 들어 늙어 가는 것만으로도 서러운 데 변화에 편승하지 못해 피해를 본 안타까운 경우다. 또 다른 피해자는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라고 우아하게 호칭하는 배달원들이다. 이들 피해자는 겉으로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민족적이며 착한 기업이미지를 차용해 영리만을 추구한 난폭한 질주에 희생당한 우리 이웃들이다.
♦ 골목상권 영세상인 죽이는 – ‘배달의 민족’
‘배달의 민족’은 ‘골목상권 음식점 주인들의 애로사항인 음식 배달대행업으로 출현하였다. 그 전까지는 음식점 주인들이 배달용 오토바이와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음식을 배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배달원들로 인한 각종 사고로 주인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배달원들의 거친 오토바이 주행으로 발생하는 각종 교통사고, 수리비와 보험료 부담은 기본이고, 배달원의 무단결근, 심지어 수금한 돈과 오토바이와 함께 잠적하는 등 각가지 사고가 만연하였다.
이러한 골목상권 음식점 주인들의 골칫거리 해결에 착안한 ‘배달의 민족’은 각 지역에 배달전문거점을 만들어 배달원과 오토바이를 보유하여 음식점 주인들에게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 서비스에 ‘배달앱’을 만들어 앱을 통해 주문하고 배달하도록 하였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열고 업체를 골라 주문하면, 업체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라이더(배달원)가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겉으로 볼 때 효율적인 이 시스템에는 숨겨진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겉으로는 착한 기업을 표방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배달의 민족’이 심어 놓은 광고비 문제다.
♦ 경쟁심리 자극으로 건건이 수익 챙긴 – 알뜰살뜰 ‘배달의 민족’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배달앱’을 열면, 화면에 ‘오픈리스트’가 열리고 ‘울트라콜’이라는 음식점 광고 사이트가 뜬다. ‘울트라콜’의 한 달 광고비는 88,000원이다. 배달 수량에 따라 별도로 부과되는 ‘오픈리스트’같은 수수료가 없다.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는 광고도 하고 수수료도 면제 받는 ‘꿩먹고 알먹고’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부 자금력이 있는 음식점주인들은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하는 소위 ‘깃발꽂기’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이를 무제한으로 허용한 ‘배달의 민족’의 이익추구가 기름을 부었다. 심지어 일부 업주들은 특정 지역에 수십개씩 깃발을 꽂아 앱 상에 상호명을 반복 노출하면서 지역 내 주문을 독차지하는 폐단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음식점주인들, 나이 들어 ‘배달앱’ 구조를 제대로 이해 못한 원조골목상권들은 제대로 노출 기회조차 잡지 못하였다. 여기에 ‘할인 쿠폰 광고’도 있다. 음식점주인들이 판촉용 할인 쿠폰을 발행하면 ‘쿠폰 있는 업소’임을 앱 상에 표시해주는 대가로 ‘배달의 민족’에게 월 3만8천원을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배달의 민족’은 이런 식으로 알뜰살뜰하게 비용을 청구하여 받아내 갔다.
♦ 연간 오토바이 사고로 수천명의 사상자 발생
‘배달의 민족’의 난폭한 질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오토바이 가해 사고로 연평균 보행자 31명이 사망했으며, 36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연평균 8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배달 종사자들이 이렇게 빠른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시스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배달앱을 통해 일하는 종사자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서 임금을 받는다. 배달 1건당 2000~3000원 정도다. 오토바이 유지비용을 감안하면 1시간에 최소 4~5건은 배달을 해야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주 금요일 kbs[취재후]가 방영한 “안 먹고 안 쉬고 14시간 배달, 배달료는 들쭉날쭉” 라이더들의 한숨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배달의 민족’의 배달 일을 시작한 서상도 씨의 최근 수입이 20~30% 줄었다는 인터뷰영상을 방영하였다.
서 씨는 배달 업무를 계약할 때 한 건당 6천 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밤 9시만 되면 초조하게 스마트폰을 본다. ‘배달의 민족’이 결정하여 공시하는 다음 날 배달료가 매일 밤 9시에 공지되기 때문이다. 어제는 1,500원, 오늘은 1,400원…. 날마다 다른 배달료를 보면서, 이 씨는 가뜩이나 불규칙한 수입이 더욱 불안정해졌다고 말한다.
배달 경쟁도 치열해지는 마당에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서 씨는 말하면서 한 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은 그와 함께 일하는 노동자 약 1만 7천여 명에게 똑 같이 내려지는 지엄한 ‘갑’의 통보다.
‘배달의 민족’ 배달 노동자처럼 스마트폰 앱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일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이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즉 프리랜서로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은 이런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발뺌한다. 아무튼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라는 멋진 호칭으로 부르는 배달원들은 ‘배달의 민족’과 근로계약을 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보면 노동자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엄연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이상혁 공인노무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라고 한다면, 본인들이 서비스의 내용이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가 정하는 플랫폼 내에서 노동력만 제공하고 그 대가를 일부 받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노동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라고 주장하였다.
과연 ‘배달의 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이런 대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 배달의민족 홈페이지에서 캡쳐 / 저작권침해의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