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로부터 배운다.

32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세 번째 도전 이었다. 고다이라 선수는 29세인 이상화 선수보다 나이가 많다. 오랜 기간 이상화 선수에게 밀려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땄던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는 12위였고,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5위였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당연시하는 품격

소치올림픽이 끝난 당시 28세였던 고다이라는 은퇴 대신 유학을 선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최강국인 네덜란드로 홀로 떠나 선진 기법을 배웠다. 그리고 4년 후 목표를 성취했다. 그녀의 경기매너도 메달 감이다. 이상화선수 보다 한 조 앞서 경기를 마친 고다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에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일본 관중의 소리 때문에 다음조로 경기를 치를 이상화 선수에게 방해가 될까봐서라고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품격이 느껴진다.

부끄러운 철학부재

반면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여자 경기에서의 팀워크 파문은 세계적인 빈축을 사고 있다. 팀추월 경기는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이 인정된다. 세 명의 선수가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고, 등 밀어 주며, 뒤처지는 선수가 없도록 하는 ‘팀 경기’다. 선두로 들어온 김보람 선수가 “마지막에 (노선영 선수가)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며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는 인터뷰를 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승부에 집착하던 선수로써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언론이 먼저 나갔고, 빙상연맹의 한심한 대응이 일을 키웠다.  한마디로 철학이 부재하다.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의식개혁 계기가 되어야

차라리 우리는 노선영선수로부터 배워야 한다. 불행한 가족사를 이기고 올림픽출전을 위해 노력한 세월만도 장한 일이다. 그 노력이 연맹의 무지로 허사가 될 뻔 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이겨 내면서 출전한 경기에서 꼴찌로 결승선으로 들어오며 가슴 속에 얼마나 피눈물이 났었을까. 다른 두 선수들은 또 얼마나 입장이 난처했을까.  마지막 경기에서는 세 선수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이 진정한 스포츠라는 것을 실천한 것이다. 비록 꼴찌면 어떤가. 이번 사건이 정상만을 향해 달리는 우리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의식개혁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인생의 출발점에 선 이 땅의 모든 청년들에게 같이 가는 배려와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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