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의 프로 선수 생활
김비오(29, 호반건설)는 미국 PGA 정규 투어 카드를 1년만인 2012년 투어 카드를 잃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 무대에서의 꿈을 접지 않고 지난해까지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도전을 계속해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 PGA를 포기하고 올 시즌 국내 무대로 유턴했다.
그는 국내 무대에서 올 시즌 2승의 활약을 발판으로 하반기에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지난달 29일 DGB금융그룹 Volvik 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불과 100미터를 날리는 티샷실수를 한 후 갤러리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욕을 하고, 드라이버로 여러 번 땅을 내려치는 등 화풀이를 한 이유로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티샷 실수는 스윙을 하는 데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소리에 샷이 방해되었기 때문이다.
♦ 선수생명에 치명적인 자격정지 3년
KPGA는 1일 오전 10시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비오에게 자격정지 3년에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김비오가 상벌위원회에 출석한 뒤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KPGA는 용서하지 않았다.
KPGA 김규훈 상벌위원장은 “프로 자격을 갖춘 선수로서 굉장히 경솔한 행동을 했고 이에 합당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며 “대회가 끝난 뒤 반성과 사죄의 뜻을 보였고 개인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으로 KPGA의 모든 회원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중징계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 갤러리 실수에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본말의 전도
투어프로로서 김비오의 행동은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유발한 갤러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갤러리가 선수의 플레이에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US오픈에서 팬들이 휴대폰을 골프장에 휴대하고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이 불과 2015년부터였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는 아직도 휴대폰은 금지품목이다. 선수들이 플레이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다.
김비오가 실수를 저지른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대회에서도 갤러리들에게 휴대폰 휴대를 허용하면서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는 문제가 터졌다.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 조의 16번홀은 선수에게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를 저지른 장본인은 누구인지조차 알려지지도 않았다. 갤러리는 물론 고객이며 다수이다. 그러나 고객이며 숫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면책특권이 주어진다면 공정하지 않다.
♦ 본질을 외면하면 공정한 사회는 물 건너가고 힘의 논리만 남게 돼
김비오선수는 상벌위원회에서 40여분간 소명을 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로 인해 상처 받은 갤러리 분께 가장 먼저 죄송”하다고 말한 후 카메라 앞에 두 무릎을 꿇었다. 문제를 일으킨 본질은 사라지고, 그 문제가 초래한 잘못만 남아 누군지도 모르는 갤러리에게 사과 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확인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식으로 사과하면 상벌위원회에서 선처해 줄 것을 약속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더라도 자격정지 3년으로 선수의 생명을 끊어 버리는 모진 징계조치는 너무 심했다. 후원사의 입장과 흥행을 위해서 KPGA 상벌위원회는 징계조치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를 촉발한 원인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선수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선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진정한 갤러리는 선수의 치열한 승부사기질에 환호한다. 그런 모습이 선수에게는 프로 근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3년 자격정지는 너무 심했다. KPGA는 눈앞에 이익을 위해 애써 본질을 외면하고, 힘없는 선수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며 빠져 나가고, 젊은 선수의 미래는 막아 버렸다. 이런 문제는 KPGA 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이런 식으로 풀어져 나가면 본말이 전도되어 지금처럼 백날천날 책임공방으로 날 새며 퇴행 할 수밖에 없다. 공정한 사회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