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경자년 추석구상 – 신들린 포석
바둑에 `기자쟁선(棄子爭先)`이란 말이 있다. 버릴 기棄, 아들 자子, 다툴 쟁爭, 앞설 선先으로 돌 몇 점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일이 바둑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에 의해 신들린 포석으로 현실화 되었다.
추석전 김위원장은 정부 여당이 조속 처리를 주장해 온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수용할 것 같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정체성에 대한 내부 갈등마저 관측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김위원장이 추석연휴가 끝난 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을 떠나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에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리라 생각 한다”며 “공정경제 3법뿐만이 아니고 노사관계, 노동법 관계도 함께 개편해야 할 것을 정부에 제의 한다”고 여권에 ‘선빵’을 날렸다.
◆ 국민의힘 정체성으로 보수 통합효과 끌어내
이 ‘선빵’ 하나로 김위원장은 여당이 가장 아파할 부분을 가격하면서 국민의힘 정체성 시비를 종결 지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선빵’이 동서고금의 모든 싸움에서 필살기임을 입증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이 노동시장 개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의 경기 침체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몰고 가는 여당의 입장을 부정하면서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등으로 이미 빈사상태에 있었다는 그간의 국민의힘 주장과 일치한다. 결국 노동시장 유연화를 내세워 노동 이슈를 선점함과 동시에 보수의 통합효과를 끌어내는 전략이다.
◆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양수겸장
이제 공은 집권 여당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노조를 지지 세력 기반으로 삼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어려운 숙제라는 점이다. 이미 인천국제공항 사태로 입은 내상을 채 회복하기 전인 데다가 여기저기에서 공정성시비가 터져 나오는 중이다. 심지어 동일업종에서 전세계 최고의 임금수준을 자랑하는 현대차에서도 ‘올려치기’나 ‘내려치기’ 등 불성실한 근무행태에 대한 비판론이 자체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결국 김 위원장이 들고 나온 노동시장 유연화에 여권이 외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만약 여권이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 기득권을 가진 노조와 그렇지 않는 노동자와의 노노갈등으로 점화되어 반(反)정부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여권이 김 위원장의 제안에 동참할 경우 여권의 전통적 지지 세력의 반발로 집권 기반이 무너지는 사태가 올수 있다.
김 위원장이 상대의 외통수 전략을 노려 급소를 찌른 것이다. 산적한 현안을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오던 여권의 반응이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한 대목이다. 자고로 반상의 싸움에는 수가 맞아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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