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오를수록 국민연금은 주식을 팔아야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국내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연기금의 주식 매도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일정부분 맞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장 기간 순매도를 이어가는 국민연금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순매도는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전체 자산의 15%까지 줄이는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라 국내주식을 팔고 있다. 국민연금의 올해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운용자산의 16.8%이지만 지난해말 비중은 21.2%(176조7000억원)에 달했다. 때문에 올해 목표 비중까지 낮추려면 연말까지 24조원어치를 팔아야 한다.
◆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기관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매도가 코스피지수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19로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안전판 역할을 했다. 당시 주가 하락국면에서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자산운용에서 차지하는 주식비율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결국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리면서 여론이 들끓자, 금융감독원은 연기금 자금을 받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주요 자산운용사에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연기금의 순매수·순매도액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중장기계획에 맞춰 투자 전략을 수행하는 국민연금의 본질을 무시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 요청을 받은 자산운용사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없던 일이 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자료요청이 기금운용 독립성을 저해하는 금감원의 저급한 현실인식 때문이므로 앞으로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국민연금에는 2200만명이 가입되어 있고 운용 자산은 750조원, 연금수급자는 500만명이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서고 주식투자 열풍에 대다수 국민이 뛰어들고 있다지만, 국민연금이 이익집단의 논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전체 가입자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기관이 아닌 국민 노후 보장을 돕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중장기계획에 맞춰 투자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사출처 : 뉴스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