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문재인 대통령이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체육 분야는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으나, 그늘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대체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본질에서는 벗어나 보인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25)과 이다영(25) 그리고 송명근(28)과 심경섭(30)의 학창시절 폭행은 체육계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문제이며, 더 나가서 우리 사회의 전도된 가치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선수와 부모 그리고 지도자 등 체육계 문제로 국한하고 있다. 당시 제대로 된 교육이 있었다면, 학생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리 없고, 되풀이되는 악습이 아직도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근본 문제는 오로지 성적순으로 평가 받아온 슬픈 교육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성적순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성적순의 이면인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학교 교육에서 성적순은 학생의 개성과 특성을 무시하며 규격화된 사고를 강요한다. 그럼에도 그런 폐단은 개선되지 못하고, 거짓 봉사활동 경력이나 총장 상장 위조까지 만들어 내는 편법을 만연하게 했다.
그릇된 자녀사랑이 만든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상처이며 자화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지난해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 김경희씨에게 수여한 장한 어버이상을 취소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그 어머니 없이 국대급 쌍둥이 배구선수자매가 나올 수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 사람들은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는 경구를 늘 새겨왔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의심받을 짓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말이다.
아마도 이번 일로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 등은 코트를 떠나야만 할 것이다. 팀의 존재이유가 소속팀 이미지 관리이므로 어느 팀도 받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절정에 오른 기량을 그냥 썩힐 리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게 삶의 방식이다. 결국 그들은 한국을 떠나 해외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아예 자신을 받아 준 나라로 국적을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 된다면, 자랑스러운 어버이상을 박탈당한 김경희씨의 부메랑에 우리사회가 얻어 맞는 것이나 진배 없다. 결론적으로 김씨나 우리사회나 제 눈을 찌르는 과오를 저지른 공범이며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보다 긴 호흡으로 기회가 공정하도록 성적순만이 아닌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다양한 개성을 살려 자라는 모습을 인내심 있게 기다릴 수 있는 너그러움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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