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그제는 한라산 영실코스로 윗세오름에 올랐다. 한라산은 눈이 쌓인 겨울 산행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눈이 온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위에 있는 주차장엔 올라갈 수 없단다. 어쩔 수 없이 입구까지 2.5km정도 걸을 수밖엔 없었다.

절에서 며칠 머무시는 보살님과 함께 오르는 산행에 주차장에서부터 난관이었지만… 하지만 입구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과 함께 짙은 구름인지 안개인지 앞을 가리기 시작한다.

윗세오름의 절경인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곧바로 시작된 눈들의 잔치가 모든 생각을 접게 만들었다. 겹겹이 쌓인 눈들이 바람에 휘날린 모습들, 눈이 만들어낸 터널, 브로콜리처럼, 아이스크림처럼… 나뭇가지에 나뭇잎에 쌓인 눈으로 펼쳐진 동화의 나라에 온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걷고 걸어 도착한 윗세오름. 가져온 커피, 빵과 과일로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오늘은 이쁜 돈내코코스 쪽의 한라산 남서벽을 뒤로하고 다시 하산…

하지만 하늘을 덮어버린 짙은 안개는 바로 눈앞의 한라산 봉우리도 가려 놓았고, 내려가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평원의 절경 또한 결국 동행한 보살님에겐 잘 열리지 않았다.

보고 싶은 풍경들은 본래 그 자리에 있지만, 짙은 안개와 욕심이 겉에서 서성댄다.

어제는 멀리서도 한라산이 뚜렸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맑디맑은 하늘이다. 보살님이 아쉬움이 많은가보다…

아래에는 코로나로 인한 힘든 세상살이가 너무 길게 이어진다. 코로나가 없어도 힘든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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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모든 별빛을 가리고

때에 따라 찼다 기울었다 하고

맑은 물엔 모두 그림자가 나타나고

보는 사람마다 눈앞에 있는 듯하지만

달은 결코 분별도 없고, 거짓도 없다.

-화엄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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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

<사진 : 제주도 한라산 병풍바위 / 현담작 / 지질학적으로 병풍바위는 잘 발달된 주상절리층이지만, 용암이 분출하다가 그냥 굳어진 것으로 하나 하나가 용암분출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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