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대한성공회 강화성당(大韓聖公會 江華聖堂) 입구 계단 >
조선의 제25대 왕 철종(재위 1849년 7월 28일 ~ 1864년 1월 16일)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아들인 은언군의 손자이다. 강화도에서 나무꾼으로 살다가 왕이 되었기에 강화도령이라 불린다. 그가 왕이 되기 전에 살던 초가집인 강화도 잠저(潛邸)는 왕위 즉위 후 다시 지어 용흥궁(龍興宮)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소실되어 터만 남아있다.
♦ 철종이 강화도령이 된 이유는 천주교박해의 집안내력이 숨어 있어
철종이 강화도 용흥동으로까지 흘러들어와 살게 된 것은 천주교와 깊은 관계가 있다. 사도세자의 서자였던 은언군이 정조 사후 부인 송씨와 며느리인 신씨가 천주교를 비밀리에 신봉하던 것이 적발되어 강화도로 유배되었다가 사사 당했고, 은언군이 철종의 조부이기 때문이다.
그 용흥궁 옆에 대한성공회 강화성당(大韓聖公會 江華聖堂)이 있다. 대한성공회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며, 현존하는 한옥 교회 건물로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다. 1896년(고종 33년) 강화에서 처음으로 한국인이 성공회 세례를 받은 것을 계기로, 1900년 11월 15일 대한성공회의 초대 주교인 찰스 존 코프(Bishop Charles John Corfe, 한국이름 고요한)가 건립하였다고 하는데 그가 철종과 은언군의 이야기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을 생각하면 그런 기록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진 : 강화성당 전경 / 방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 선박형상이다>
강화성당은 세상을 구원하는 방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여 배의 형상을 따랐다. 불가에서 부처님 모신 대웅전을 피안으로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라고 하는 개념이 연상된다. 건물은 단청을 하였는데 태극과 십자가 문양이 사용되었고 용마루 위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다.
♦ 교회 내부는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
교회의 내부는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 아래 사진설명 참조) 가운데는 높은 기둥으로 가로질러 이층 공간을 만들어 창문으로부터 채광이 되게 하였다. 바닥에는 가운데 통로를 놓아두고 양쪽으로 예배석이 있다. 유일하게 가로지른 대들보에는 십자가에 걸리신 예수상과 성모상들이 올려져 있고 입구에 화강암으로 만든 성수대가 놓여있는데, 修己수기, 洗心세심, 去惡거악, 作善작선 이라는 글이 음각으로 소소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사진 : 정방형의 평면 내부에 두 줄 내지 네 줄의 기둥으로 가름으로써 중앙과 양측의 공간을 나누고 있는 형태를 바실리카 양식 (basilica 樣式)이라고 한다. 고대 로마의 시장과 법정을 겸비한 공공건물을 바실리카(basilica) 라고 한다.
♦ 숨겨진 이야기 하나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성당 입구 왼편 종각에 있다. 흡사 절집의 종각과 같은데 종을 종각에 걸기 위해 만든 걸쇠가 나뭇잎 모양으로 십자를 연상시킨다. 절집의 모든 종에는 용모양의 걸쇠가 달린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용에게는 9마리의 자식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 포뢰(蒲牢)라는 용이 있는데, 포뢰는 고래를 무서워하여 보기만 하면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꼭 종소리와 같다고 전한다. 이런 이유로 절집의 범종 상단에는 종을 종각에 매다는 용뉴가 있는데, 그 용뉴에 있는 용의 이름이 포뢰(蒲牢)인 것이다. 그 포뢰가 고래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더 큰소리로 종소리를 사바세계에 퍼뜨리라는 의미로 종을 치는 당목(撞木)을 고래 모양으로 친다고 한다.
<사진 : 강화성당의 종 / 걸쇠가 나무잎 모양이다>
<사진 ② : 사찰의 범 종 종 / 상단에 포뢰가 보인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한마디로 포교를 위한 현지화 노력의 산물이다. 철종의 잠저 옆에 성당을 건축한 것은 한미한 집안의 강화도령이 한 나라의 왕으로 변신한 사례를 들어 사람이 평등함을 설파하기 위함이었을 것이고, 불교의 반야용선 모양 같은 방주 형태의 건축양식, 단청 속에 태극문양과 십자가를 동등하게 배치한 모습 등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종 상단의 용뉴를 떼어 내고 나뭇잎 모양으로 제작했던 것이다. 120여 년 전 사람들의 디테일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강화도는 우리 역사에서 아프게 연결된 시간들이 많이 있는 곳인데
고색창연한 사찰인 전등사와 보문사만 있는 줄 알았군요,
성공회 성당이 있다니 의외의 발견인걸요. 이 아름다운 계절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