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동안 머물던 손녀가 떠나고, 같이 머물던 아내가 잠시 밀양으로 떠난 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소식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온도의 차가움이 아직 반팔의 살갗을 서늘케 한다.
그렇게 식구들과의 인연도, 날씨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고 간다.
태어남과 죽음 또한 어찌 틀리다 하겠는가?
이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지 내 마음을 읽어내는 것일 텐데…그 것 또한 만만치 않다. 괜스리 이러쿵저러쿵 세상일에 타박만 하는 세월인 듯하다.
어찌하였든 또 혼자 있는 시간이다.
인연들과 같이 하는 시간도 좋지만,
이런 외로움의 느낌이 참 좋다.
혹시나…
혼자이고 싶은 마음속엔 어쩌면 타인으로부터 나에 대하여 판단 받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이 존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를 판단해 주는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이 나에겐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타인을 위한 그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이해 하고자 할 뿐인데 말이다.
자꾸 나를 무엇과 비교하여 판단하고 개념화하려고 하는 새상 사람들이 어느 땐 무섭다.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오랜만에 이쁜 구름에 석양이 물든다.
그렇게 익어가는 세월들도 이뻣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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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태어남이란 허공중의 구름 한조각이 생겨나는 것이요,
죽음이란 구름 한조각이 바람따라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다.
– 함허 기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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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