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장병 휴대폰 사용시간 줄여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사람들

최문순 지사를 만난 ‘평화지역’ 소상공인들

고금을 불문하고 생명체에게 통하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진리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 인간도 마찬가지다. 변화에 맞춰 생존하면 진화(進化)라고 한다. 지구의 생명체는 날씨가 더워지거나 추워지거나 생존하면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때는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구태의연한 사람들이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난 軍부대 인근 일부 주민들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도지사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요구사항이 시대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가관이다.

▲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줄여 달라 ▲ 군부대 내 매점(PX)을 없애 달라 ▲ 2개월에 한 번씩 근무 지역 내 특별외박을 허용해 달라 ▲ 신병교육대 퇴소식 때 병사들에게 주어지는 외출 시간을 늘려 달라

가둬 놓은 물고기 지켜 달라

30일 강원도청이 공개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도내 ‘평화지역’ 외식·숙박업·민박업 대표자들과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평화지역’이란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북한 접경 지역으로 군 장병 11만여 명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가둬 놓은 물고기 지켜 달라는 아우성이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제한이유가 이기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군 장병들이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게 되면서 면회객 발길이 끊겨 매출이 40%가량 줄었다”는 이유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입장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

♦ 바가지 상혼부터 없어져야 진화 할 수 있어

그런 얼토당토 않는 요구사항들을 들어주고, 받아 적어 전달하면서, 그들 편에 서서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차라리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은 군주둔지 뿐만 아니라 군인 가족들이 사는 곳이다. 금년 초에만 해도 양구의 pc방 요금이 시간 당 2,100원으로 외출 나온 군인들 상대로 바가지상혼을 자행한다고 호된 비난을 받은 일도 있다. 그 사건 후 요금은 1,600원으로 내려 왔고, 시설이나 pc 사양도 높이는 등 개선되었다는 후문이다.

최지사를 만난 ‘평화지역’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휴대폰 영상통화로 가족 면회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군인 급여는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pc방 개선 사례와 같이 제대로 된 서비스와 가둬 놓은 물고기에 감사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경로야 말로 제대로 된 진화(進化)인 것이다. 최지사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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