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양호회장 小考

♦ 시대를 뛰어 넘는 배려와 가족 사랑

순조 1년 (1801년) 천주교 신유박해로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는 각각 신지도와 장기현으로 유배되었다. 유배 중 그들의 조카사위 ‘황사영백서’ 사건으로 두 형제는 더 험한 흑산도(黑山島)와 강진으로 이배(移配)된다.

유배지에서 정약전은 흑산도 주변의 어류자원에 대한 명칭, 분포, 행태 등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흑산도 수산자원에 관한 책이므로 당연히 ‘흑산어보(黑山魚普)’라고 제목을 붙였어야 함에도 이 책의 제목은 ‘자산어보(玆山魚普)’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정약전은 “자(玆)는 검다는 ‘흑(黑)’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으므로 자산(玆山)은 곧 흑산(黑山)과 같은 말이나, 흑산이라는 이름은 음침하고 어두워 두려운 데다가 가족에게 편지를 보낼 때마다 흑산 대신에 자산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자산이라는 말을 제명에 사용하게 되었다” 고 말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20년의 수감 생활 중 집으로 보내는 엽서 아래쪽 구석에 작은 그림을 그려 넣은 사람이 있었다. 그 작은 그림들은 옥중서신을 보는 할머니 어깨 너머 독자인 어린 조카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어머니에게 엽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한 故신영복교수다.

♦ 어머니 품속에서 영면하길

흑(黑)이 주는 엄혹한 이미지를 ‘검을 현(玄)’ 두 자를 겹친 ‘검을 자(玆)’로 희석하여 가족을 위안하고자 했던 정약전과 작은 그림으로 교도소 높은 담장 밖의 가족을 배려 했던 신영복이나 시대를 떠나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갑작스러운 별세 이유가 스트레스로 인한 병세 악화에 있다고 한다. 그 소식에 한진칼의 주가가 급등했다. 그룹 총수가 사망했는데 주가는 급등하는 ‘시장의 비정함’이 엄혹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사랑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작은 희망이라도 얻고자 하는 소망을 가슴에 품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먼 나라 사람들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살아 생전 유난히 부인과 딸자식들 때문에 힘들었을 故조양호회장이 “자비(慈悲)로우신 어머니!” 품속으로 돌아가 편안히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어머니 사랑은 위대하다. ‘사랑 자(慈)’는 ‘검을 자(玆)’ 밑에 ‘마음 심(心)’이 받쳐진 글자이다. 두 눈을 다 감고도 변함없는 사랑이 어디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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