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비교하면, 해부학적 인식 차이로부터 시작한다. 서양의학은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 관점에서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서양의학은 장기들의 미시적 구조와 상관관계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계량화하여 치료한다.
♦ 서양의학은 장기의 해부학적 관점, 한의학은 기능적 관점으로 발전
이에 반해서 한의학은 해부학적 이해보다는 장기의 기능에 착안한다. 한의학은 먼저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체 기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한의학은 ‘천인상응(天人相應)’의 우주관을 바탕으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이론을 접목하여 ‘장부경락(臟腑經絡)’의 상호관계를 분석하여 환자 치료에 적용한다.
‘천인상응’을 혹자들은 “인체는 소우주”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필자의 견해로는 “사람이 작은 우주”라는 추상적인 설명 방식이 오히려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킨다고 본다.
♦ 한의학의 ‘천인상응(天人相應)’은 자연과 함께 하는 ‘양생법(養生法)’
‘천인상응(天人相應)’에서 天은 자연을 말하고 人은 사람의 신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천인상응’이란 인체가 자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여름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겨울처럼 춥거나, 겨울에 날씨가 포근하면 사람들은 급격한 일교차로 병이 나게 된다. 또한 가뭄이나 홍수 등의 기후변화와 차고 습한 환경변화 등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듯이 자연의 본연적인 기운이 이미 사람 속에 같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응 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너무 춥거나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사계절이 골고루 갖춰진 지방에 사는 사람들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 양·한방협진시스템은 바람직
그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양생법(養生法)을 최고의 건강지킴 방법으로 인식한다. 유전적으로 건강하게 타고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의 후천적 양생법이라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건강 양생법은 건강하게 타고난 것을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양생법(養生法)은 계절에 따른 기후 변화 적응, 일상생활의 규칙성과 건강 운동, 계절에 맞는 음식물 섭취, 성정(性情)의 안정 등을 통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하고, 행복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여, 무병장수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과거 인류에 비해 복을 받은 사람이다. 현대인들은 응급 시에는 서양의학의 도움으로 평상시에는 한의학의 양생법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래서 100세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일부 병원에서 시도되고 있는 양·한방협진시스템은 바람직하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서양권에서는 독일이 이 분야의 선두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수명연장에 연연하는 100세 시대, ‘천인상응(天人相應)’ 역행으로 재앙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다면, 100세에 중요한 것은 의료과학의 발전에 매달려 회춘과 갱생이 가능하지만 생명 연장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천인상응(天人相應)’을 꽃에 비유하면,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를 맺는 것은 숙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 100세를 뛰어 넘는 과욕은 백세시대의 재앙으로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인 환자와 동양인 환자를 대하다보면, 삶의 철학이 비교된다. 서양인들은 대부분 늙고 병들어 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동양인 환자들은 그 보다는 좀 더 삶에 애착이 많아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강한 자의식으로 독립적인 판단으로 성장한 사람과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보호와 관심을 많이 받아왔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황제내경(黃帝內經)』 상고천진론편 (上古天眞論篇) 제1
그러나 걱정 할 일이 없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서두에는 옛날 사람들이 백 살을 넘어서도 건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래는 황제가 그의 의관인 기백(岐伯)에게 묻고 답하는 대목이다.
黃帝가 岐伯에게 물었다.
“ 내가 들으니 옛날 사람들은 나이가 백 살을 넘었어도 행동이 나이든 사람 같지 않았다고 하던데, 지금 사람들은 나이가 쉰 살만 넘어도 벌써 움직임이 민첩하지가 못하오. 이것은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오, 아니면 사람들이 양생(養生)의 도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오 ?”
岐伯이 대답하여 말했다.
“ 옛날 사람들은 모두 양생(養生)의 도리를 잘 알고 있었고, 천지의 변화를 본받아 그대로 따랐고, 정기(精氣)를 조절하고 기르는 법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음식을 섭취할 때에는 반드시 절제했고, 일상생활에서도 일정한 규율을 지켜서 지나치게 무리해서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몸과 정신이 서로 잘 조화를 이우러 생리적으로 주어진 수명의 마지막 날까지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었고 백 살을 넘긴 후에야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은 술을 음료를 마시듯이 무절제하게 마시고, 편한 것만 좋아하고, 힘든 것은 싫어합니다. 정기가 왕성한 상태를 유지할 줄도 모르고, 일시적인 쾌락만을 추구해서 양생의 법칙을 거스르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향락을 즐기기만 합니다. 생활이 무절제해서 오십만 넘으면 늙고 쇠약해지고 맙니다.”
♦ 기백의 답이 건강백세의 양생법(養生法)
① “천지의 변화를 본받아 그대로 따랐고”
② “정기(精氣)를 조절하고 기르는 법도 잘 이해하고”
③ “음식을 섭취할 때에는 반드시 절제했고”
④ “일상생활에서도 일정한 규율을 지켜서 지나치게 무리해서 힘을 쓰지 않았다”
② 번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나머지는 스스로 실천 가능한 일이다. 모든 화가 과도한 욕심에서 출발한다. 욕심만 줄이면, 비만도 스트레스도 없어진다.
욕심을 줄이는 것과 함께 양생(養生)의 핵심은 곡식과 육식을 기반으로 제철 채소와 과일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다. 제철 음식은 가장 왕성한 생체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 숨 쉬는 것은 양(陽)적인 생명현상을 말하며, 하늘의 기운과 통한다. 입으로 먹고 마시는 것은 혈(血)과 음(陰)적인 현상으로 땅의 기운과 통한다. 여기서 음식이 신체의 물질적인 요소를 구성하는 원천 재료라는 점에서 제철 음식이 중요한 것이다.
남북화해의 기류와 함께 기온도 오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여름철 양생법(養生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의학전문기자 한의사 송희정 / cozyblu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