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이야기 59 – 누구나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 세조의 팔의론(八醫論)

조선의 제7대 왕인 세조(世祖)는 말년에 문둥병으로 고생하다가 사망했다. 생전에 많은 의사를 경험한 그는 의사를 여덟 가지인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 살의(殺醫) 등으로 평가한 팔의론(八醫論)을 남겼다.

최고의 의사를 심의(心醫)이다.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환자의 기(氣)를 안정시켜 병을 낫게 하는 의사를 말한다. 식의(食醫)는 먹는 것을 잘 조절시켜 병을 낫게 한다. 약의(藥醫)는 약을 잘 써서 병을 치료 한다. 여기까지가 좋은 의사, 즉 양의(良醫)라고 평가했다.

혼의(昏醫)는 일관된 처방이나 처리를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의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결여되어 환자를 대할 때 소신이 없이 당황하여 치료한다. 광의(狂醫)는 극약을 사용하거나 적당치 않게 과다한 약을 함부로 쓰는 사람을 말한다. 망의(妄醫)는 병이 이곳에 있는데도 저곳에 있다하는 등 진단을 제대로 못하는 의사를 말한다.

사의(詐醫)는 환자를 속이는 의사다. 있지도 않은 병을 있다고 겁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의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살의(殺醫)는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의 못된 것을 골고루 다 갖춘 의사를 말한다.

♦ 두 번째 단계 식의(食醫), 누구나 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세조의 “팔의론”에서 심의(心醫)는 의사의 출중한 기본 실력에 하늘이 준 능력까지 겸비해야 할 것이라 쉽지 않다고 본다. 약의(藥醫)는 약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범접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초라고 해도 원하는 약효가 나오고 부작용이 없도록 법제(法製)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단계인 식의(食醫)는 음식에 담긴 음양의 이치만 알면 누구나 가능하다. 굳이 의사나 약사가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 땅은 다섯가지 맛으로 인간을 먹여

『황제내경』에는 “地食人以五味(지식인이오미)”라는 말이 있다. 땅은 다섯 가지 맛(五味 :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으로 인간을 먹인다는 의미이다.

오미(五味)는 색(色)과도 연관 된다. 신맛은 간에 영향을 주는 푸른색이다. 쓴맛은 심장에 영향을 주는 붉은 색이다. 단맛은 노란색으로 위장(비장)에 영향을 준다. 매운맛은 흰색으로 폐에 영향을 준다. 짠맛은 검은색으로 신장에 영향을 준다.

신맛은 木의 기운으로 끌어당기는 기운이 있다. 임산부가 신맛을 찾는 것은 태아의 발육을 위해 온몸의 영양소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쓴맛은 火의 기운으로 장내의 과도한 습기를 제거하고, 열을 내리게 한다.

단맛은 土의 기운으로 몸을 보하는 성질을 가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한다. 엄마의 젖이 단맛이고 살도 단맛이다. 배가 아플 때도 엿을 먹으면 통증이 완화 된다. 단맛은 비위의 기를 완화 시키고 원기를 회복시킨다.

매운맛은 金의 기운으로 발산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땀을 배출하여 살을 빠지게 하고, 스트레스도 제거한다. 짠맛은 水의 기운으로 굳은 것을 연하게 한다. 해산물의 짠맛이 변비를 없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중용(中庸)이 기본이며 완성

이상과 같이 오미(五味)와 연관된 肝心脾肺腎은 그대로 木火土金水인 오행(五行)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화로운 식이요법을 위해서는 오행의 기를 포함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 상에는 음식궁합에 대한 정보가 특히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러므로 식의(食醫)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다만 무엇이 어디에 좋다하여 그것만 먹거나, 해롭다하여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은 몸의 균형을 망가뜨려 병을 자초 한다. 중용의 도를 지키는 것은 동양철학의 알파이며 오메가이다. 중용만 제대로 지켜도 누구나 팔의론(八醫論)의 두 번째 경지인 식의(食醫)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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