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이야기 57 – 유난히 피곤한 봄

♦ 봄철 춘곤증 –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봄철에는 누구나 몸이 나른하다. 다른 계절에 비해 봄에 유난히 피곤한 데는 이유가 있다. 생체리듬의 변화 때문이다. 봄은 모든 생명체가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떨쳐내고 새롭게 일어나는 시기이다. 동양철학은 이런 현상을 목기(木氣)라고 한다. 만물의 생명체가 나무(木)와 같이 기운이 쭉쭉 뻗어 나가는 기운(氣)을 의미한다. 목(木) 기운이 세상만물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마주 보고 있는 사람에게도 기운을 빼앗길 수 있다. 심지어 숲 속에 들어가면 식물들에게 기운을 빼앗기게 된다. 그런 이유로 온 몸이 나른하고 쳐질 수밖에 없다.

♦ 봄철은 간(肝)이 혹사당하는 계절

역(逆)으로 인체도 외부에서 기운을 끌어 들인다. 외부의 기운을 무조건 받는 게 아니라 인체의 방호막인 간(肝)을 통해 정화해 들여온다. 예를 들어 폐를 통해서 들어오는 미세먼지도 간(肝)이 정화 한다. 이런 작용으로 봄철은 오장육부 중에서 간(肝)이 가장 많이 혹사 당하는 계절이다. 우리 몸을 지키는 방패로서 간(肝)의 역할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 봄은 하루의 아침에 해당

일 년 사계절을 하루로 치면 봄은 아침에 해당한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간에서 기운이 머리까지 올라가야 눈, 코, 귀, 입이 열려 주변 형편을 파악하고 뇌로 판단하고 행동 할 수 있다. 그런데 간의 기운이 약하면 몸이 피곤하여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일어난다고 해도 눈이 침침하고 귀가 멍하며 미각과 후각 기능이 떨어지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까지 생긴다. 과음으로 밤새 간을 혹사 시킨 다음날을 생각하면 영락없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肝이 이상 현상으로 무리하는 경우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肝기능이 소진되어 마지막으로 발버둥치는 걸로 본다. 마라톤 선수가 골인지점 앞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내다가 쓰러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럴 때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나 화가 많이 나고, 두통, 입냄새, 이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봄철 양생법은 간을 쉬게 하는 것

이런 이유로 『황제내경』에서는 “봄 석 달 동안에는 조금 늦게 잠들고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에 뜰에 나가 천천히 산책하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몸을 느릿느릿 움직여 생각과 마음이 솟아나는 기운을 따라 함께 펼쳐지도록 하라”고 한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肝은 특유의 복원력으로 스스로 살아나게 된다.

♦ 사랑으로 어린아이 돌보듯 자신의 몸도 사랑해야

『황제내경』은 또 봄철에는 “죽이지 말고 살리며, 빼앗지 말고 베풀며, 벌하지 말고 상을 주어야 하니, 이것이 바로 봄의 기운에 응하여 생명을 기르는 방법이다.”라고 한다.

빼앗기거나 벌을 받으면 화가 나거나 기분이 우울해지는 스트레스로 간을 해친다는 의미다.

이는 사람의 인생에도 적용된다. 청소년기에 어른들로부터 따뜻한 정성과 사랑으로 보살핌을 받고 행복하게 성장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봄철에는 자신의 몸을 어린 새싹 돌보듯 스트레스를 받지도 주지도 않으면서 느긋하게 생활하는 것이 최고의 양생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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