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이야기 54 – 비장(脾臟)

♦ 비장(脾臟)의 범위 서양의학 보다 넓어

서양의학에서도 ‘비장’이라는 말이 있다. 서양의학에서 비장(spleen)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장기로 인식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서양의학자들은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비장’을 췌장으로 정의 한다. 그러나 이는 잘 못 이해한 결과다. 『황제내경』에서 ‘비장’이라고 칭하는 부위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위장과 함께 소화액을 분비하는 췌장,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비장(spleen)을 포함한다.

♦ “비위(脾胃)가 상한다” – 면역체계 이상 신호

일상에서 우리는 뭔가 비릿한 냄새를 맡게 되면, “비위(脾胃)가 상한다”는 말을 한다. 비위가 상한다는 의미가 비장과 위장 기능 장애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이다. 비위가 상하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비장이 위장과 함께 소화기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면역세포를 활성화 하는 비장과 연관이 있다는 반증이다. 음식물의 냄새와 맛에서 비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면역체계 중심에 있는 비장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위장이 허약한 것은 단순한 위장의 병으로만 보지 않고 비장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비위가 허약하면 소화가 잘되지 않으면서 속이 메슥거리고 먹었다고 해도 소화가 안 되고 설사로 배설한다. 면역체계에 해를 주는 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비위가 상한다면 먹지 않는 게 우선 방책이고, 그 다음에 원인을 찾아 치료 한다.

♦비장은 기혈의 발원지

비장은 음식을 소화한다. 비장 기능이 저하되면 찌꺼기가 남아 부패하여 역겨움으로 속이 울렁거리면서 음식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한다. 면역기능이 발휘되는 현상이다. 비장은 음식물을 기와 혈로 바꾼 후 몸과 근육에 자양분을 주는 역할 때문에 비장을 기혈의 발원지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을 만드는 일과 혈액을 저장하는 일은 비장의 역할이다. 혈액은 골수 외에도 많은 부분을 거쳐 상태의 유지는 물론 조혈(혈구생성)에 도움을 받는다. 비장은 간과 함께 혈액을 만드는 기관으로 간주한다.

♦ 온 몸의 근육을 주관

살이 찌고 여위는 것도 비장이 맡고 있다. 살이 여위고 몸이 약한 것과 사지에 힘이 쪽 빠지는 것은 비장이 허약한 탓이다. 비장은 인체의 사지와 살집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장이 약하면 사지에 살이 빠지고 몸이 무겁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금식을 하면 가장 먼저 근육이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 비장보호 – 이독제독(以毒制毒)

비장의 기능을 강화 시키는 약제로는 감초(甘草)만한 게 없다. 속이 노란 감초는 비장이 좋아하는 황색이며, 이름 그대로 단 맛의 풀이다. 특히 비장은 단 것을 좋아한다. 감초는 위장 보호 및 독성 중화에 효능이 있다. 약 처방은 독으로 독을 제거 하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이다. 서양의학에도 입으로 투입되는 대부분의 처방전에 소화제나 위벽보호제가 포함된다. 한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한약에는 독성의 중화와 위장보호를 위해 감초(甘草)가 들어간다. 무슨 일에나 빠짐없이 끼어드는 사람을 “약방의 감초”라고 하는 어원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甘草도 너무 많이 복용하면 후유증이 발생하므로 장기간 사용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비장을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 건강한 비장을 위한 섭생법

우선 과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과식하면서 비장이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1톤 트럭에 5톤의 짐을 싣는 것과 마찬가지다. 햄버거 등 재료가 의심스러운 음식은 물론 무분별한 양념장이나 드레싱도 피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과식을 방지한다는 생식도 조심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약재는 약의 성질을 그 쓰는 경우에 따라 알맞게 바꾸기 위하여 정해진 방법대로 가공 처리 한다. 이를 법제(法製)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법제하지 않은 상태의 생식은 또 다른 독성을 섭취하여 비장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

적절한 운동과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자극적이고 차가운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균형 잡힌 식사가 정기적으로 공급되면 비장은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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