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이야기 26 – 가을 우울증 극복하기

♦ 고민과 근심 걱정이 폐를 위협

 

『황제내경』에는 “고민과 근심 걱정이 폐를 상하게 한다.”고 하여 가을우울증을 경고하였다. 음양오행(陰陽五行) 동양철학을 근간으로 하는 『황제내경』의 이론은 깊이 들어 갈수록 참으로 신묘하다. 가을 찬바람이 불면 호흡기 중추기관인 폐가 힘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에 가을 우울증이 폐를 더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을에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 우울증의 계절 가을

 

가을은 봄에 뿌린 씨앗을 여름에 키워 가을에 수확하여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노력한 사람들은 많이 수확하고, 게으르거나 운이 나쁜 사람들은 적게 걷어 들이는 것이 삶의 이치이다. 이런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만족할지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남들보다 더 많은 수확을 한 사람들조차도 부족감을 느낀다.

 

대부분이 주변 사람과 비교되는 상대적 박탈감일 수 있지만, 인생살이에는 물질 이외에도 다양한 심리적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나이 드신 분들은 인생말로를 슬퍼하지 않고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아직 늙지 않고 힘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노쇠함을 지레 걱정하고 한탄하며 조급해 한다. 이런 심리는 우울증을 가속화 시킨다. 우울증이 갱년기증후군의 대표증상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갱년기증후군의 대표증상 우울증

 

가을이 우울한 이유는 또 있다. 화려한 가을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동시에 허무함과 세월의 무상함을 체감한다. 이런 계절 변화에 사람의 감정은 아침저녁 냉기와 함께 우울증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 상강(霜降), 서리가 내린다.

 

다음 주 23일은 24절기의 하나인 상강(霜降)이다. 상강(霜降)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로 ‘서리가 내린다’는 날로써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바야흐로 가을의 끝물인 이때 우울증이 몰려 올 수 있다. 우울증은 뭉치려는 속성이 있으며, 뭉쳐진 것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기를 내포한다.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울컥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그러나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이 사실은 희망을 잉태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울한 마음을 떨쳐야 한다.

 

♦ 상강(霜降)은 희망을 잉태하는 시그널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은 새로운 시작을 예비하는 준비를 암시한다. 상강에 서리가 내리면 초목은 생장 발육을 멈추고 응축한다. 겉으로 보기엔 소멸 같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생명을 위한 보존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존된 씨앗이 겨울을 이기고 봄에 새싹으로 돋아난다. 상강(霜降)은 그러므로 식물들에게 서리를 내려 이제 그만 겨울에 대비하라고 시그널을 보내는 날이다.

 

한의학 전문기자 송희정 cozyblusky@gmail.com

1 댓글

  1. 가을이 슬픈 이유는 절정이후 퇴락의 모습을 하는 인생사와 유사함에서 오는 서글픔때문이겠지요.

    모든 생명을 가진 종자들중에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지는 소멸함의 비장함을, 그 처절한 고독감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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