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에는
“양생의 이치를 터득한 사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연의 기운에 조화를 맞추고 음식에 절도가 있었으며… ”
라고 하였다. 우리가 마시는 차(茶)도 음식의 하나이다.
♦ 세계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차는 커피가 아니라 녹차
중국인들은 녹차를 음료수 대신 마신다. 일본도 차를 많이 마시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인들 대다수가 마시는 홍차도 녹차의 한 종류다.
실제로 녹차를 꾸준히 먹는 사람은 감기가 예방되고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이라는 성분은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감기 바이러스 표면에 붙어 그 활동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당질의 소화흡수를 지연시키는 작용으로 혈당 상승을 예방해 당뇨, 고혈압에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 녹차, 스트레스도 줄여줘
이뿐만 아니다. 녹차는 현대인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효능도 있다. 이는 실험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녹차를 동물에게 음용시킨 결과 스트레스에 의해 손상될 수 있는 생체면역능력이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험결과 외에도 차는 마시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신적인 안정을 준다. 일본의 다도(茶道)문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까다롭고 섬세하면서도 엄격한 일본 특유의 다도 문화는 서양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 녹차 특유의 차가운 성분, 모든 이에게 좋을 수 없어
그러나 이렇게 좋다는 녹차도 사람들의 체질과 섭생방식에 따라 해가 될 수 있다. 중국인들 음식은 대부분 기름에 볶거나 튀긴 것이기 때문에 녹차를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 음식은 대부분 기름기가 적은 담백한 음식에 약간의 냉성을 띠는 발효식품이 많다.
때문에 청량한 성질의 녹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몸이 냉해지고 기혈이 잘 돌지 않는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진 말차는 더욱 냉한 성격으로 부작용이 클 수 있다.
♦ 녹차의 수렴성분,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일본사람들에게 위장 관련 질환이 많은 이유가 녹차에 있다는 역학조사결과도 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녹차의 수렴성분으로 포장이 열린 녹차 속으로 공기 중의 미세먼지 등 불순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여름철 습기로 곰팡이가 많은 환경에서는 녹차가 독이 될 수 있다.
녹차는 기운이 차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만이 아닌 체질이거나, 운동을 많아 하지 않아 몸에 열이 없거나, 담백한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사람에겐 녹차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몸이 냉할 때, 녹차는 독이 될 수 있어
대체로 위가 차가우면 속 쓰림이 있고, 심해지면 위염, 위궤양으로 발전한다. 염증이 심해지면 열이 난다. 열이 있으면 입맛을 잃어버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조심해야 할 때는 술을 마실 때는 간간이 마시는 녹차는 그 해독효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음주 후 술이 깬 상태에서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이 깬 후에 차가워진 장에 찬 성분의 녹차를 추가로 넣어 주는 것은 장을 더욱 차게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녹차는 그 물성이 차기 때문에 가능한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 『황제내경』의 기본 철학인 한 곳에 치우침이 없는 ‘조화(調和)’란 이런 것이다.
한의학전문기자 한의사 송희정 cozyblu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