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 예방 의학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서양의학은 질병 중심의 의학으로 질병 치유에 목적을 둔 것이다.
♦ 건강은 없고, 건강한 사람은 있다.
치유의 대상을 질병과 몸으로 국한시켜서 질병이 없는 상태를 건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간 서양의학과는 다르게 의학의 초점을 질병이 아닌 사람에 둔 것이다. 실체로서의 질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고통을 구성하는 증후에 관점을 두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음양의 역동적 조화를 이룬 ‘건강한 사람’이 『황제내경』의 관심 대상이다.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체와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균형일 뿐 사시사철 음양에 따라 늘 변화하기 때문에 서양의학에서와 같이 수치화 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기종합검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람에게 갑자기 큰 병이 닥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 성인은 그대로 행하고, 어리석은 자는 배반한다.
『황제내경』에는 기백이 황제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四時陰陽(사시음양)은 만물의 시작이자 끝이고, 삶·죽음의 근본입니다. 거스르면 재해가 生하고 순종하면 나쁜 병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를 일러 道를 얻었다(得道득도)합니다. 성인은 그대로 행하고, 어리석은 자는 배반합니다. 음양에 순종하면 生하고 거스르면 死하며, 순종하며 병이 낫다하더라도 다스릴 수 있고, 거스르면 병이 더 커집니다.”
또 다른 대목에서 기백은 황제에게
“성인은 병이 날 때 다스리지 아니하고 병이 나지 아니할 때 다스리니, 난리가 이미 났을 때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난리가 나기 전에 다스립니다. 무릇 병이 이미 생긴 뒤에 약을 먹이고 난리가 이미 일고 난 뒤에 다스리려는 것은 비유컨대 목이 잔뜩 마른 때에 샘을 파려는 것이요, 싸움이 한창 일어났는데 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니 늦지 않겠습니까?”
라며 예방의학의 개념을 역설한다.
♦ 『황제내경』- 자연에 순응하는 예방의학
『황제내경』은 황제와 의사인 기백이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의학을 설명한 책이다. 의학의 대상인 사람에게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를 통해 치유라는 목적을 달성한다. 서양에서 의사를 의미하는 영어‘doctor’는 가르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docere’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처서(處暑)와 함께 온 태풍 솔릭으로 폭염은 물러가겠지만, 아직 장하(長夏)가 남아있다. 가을로 가는 자연의 섭리다. 가을은 양기(陽氣)로 부풀었던 봄과 여름의 왕성했던 생명현상이 수렴하는 결실의 계절이다. 『황제내경』에는 가을철 건강관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가을은 하늘의 기운이 쌀쌀해지고 땅의 기운은 깨끗해지므로 이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이라 하였다. 가을의 차고 건조한 기운은 폐를 약하게 한다. 약해진 폐는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증상에 취약하다. 가을의 기운에 적응하여 다가올 겨울에 준비하지 않으면, 겨울 내내 감기, 천식, 가래 등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방 보다 좋은 의학은 없기 때문이다.
♦ 폐에 좋은 음식은 무, 도라지, 인삼, 생강, 연근 등 흰색의 뿌리 식물
한의학전문기자 한의사 송희정 cozyblu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