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번성 전투에서 독화살에 맞은 관우를 치료 중인 화타 /‘삼국지연의’ 소설 속의 한 장면이다. 번성전투는 서기 219년 사건인데 화타는 208년 조조에 의해 사망한지 10년 넘은 시기이므로 소설 속의 창작일 뿐이다./ 출처 / ‘저작권 침해 의사 없음’>
♦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쌓이면 병이 된다.
『황제내경』에 “안에 근심과 걱정이 쌓이면 밖으로 병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마음이 어지러우면 병이 재발하고, 마음이 안정되면 병이 사라진다.”라고 하였다. 이런 마음의 병에 대해 『황제내경』은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 생긴 병은 화를 내게 하여 치료한다.”는 처방을 제시한다.
♦ 명의 화타(華佗)의 마음 병 치료법
화타(華佗)는 중국 후한 말의 의사로 삼국지에도 등장하는 명의이다. 화타는 마음의 병을 화를 내게 하여 치료한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고을의 성주가 생각이 너무 많아 병이 걸린 것으로 진단한 화타는 치료비로 많은 돈을 선불로 요구하여 받아 낸다. 그러나 돈을 받은 후 치료는 하지 않고, 성주를 향한 욕설이 신랄하게 적혀있는 편지 한 통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편지를 본 성주는 당장 노발대발하여 화를 내더니 분을 참지 못하고, 급기야는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하고 만다. 여기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성주는 피를 토함과 동시에 그 안에 쌓여 있던 감정들이 함께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병이 나았다. 화타는 성주의 감정을 자극하여 그 마음에 담은 울적함을 쏟아내게 하여 병을 치료한 것이다.
♦ 화타의 치료법을 이해 못한 조조의 교만에 찬 “갑질”
정사에 의하면, 서기 208년 조조가 두통이 심해 화타에게 자신을 치료해달라고 청했다. 화타는 한 번 와서 증상을 조금 호전시킨 뒤 돌아가서는 부인의 병환이 위중하여 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대며 몇 번을 불러도 응하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조조가 사람을 몰래 보내 상황을 알아보니 화타의 아내는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말짱하고 화타는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조조는 그를 즉시 하옥시켰고, 결국 화타는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만약 이 때 화타가 멀리 도망가서 잡히지 않았다면, 조조도 머리끝까지 치미는 화를 이기지 못하다가 피를 토해 내고 치료가 됐을지도 모른다.
같은 처방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 따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라져 버린 화타를 잡지 못해 부화가 치밀었을 성주와는 달리, 치료를 안 해 준다고 명령 한 마디로 사람의 목을 치는 조조의 권력은 교만에 찬 오만한 원조 “갑질” 이었던 것이다.
♦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포용하고 관용해야 마음의 병 예방
세상일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조조는 가장 총애 하던 아들 조충이 중병에 쓰러진 후에야 화타를 죽인 일을 깊이 후회했다고 전한다. “갑질”도 마음의 병 중 하나다. 마음의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관용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실천이 문제일 뿐이다.
한의학전문기자 한의사 송희정 cozyblu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