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속에서 벌어진 탄광 갱도 입구에서의 결투
영화 ‘인정사정 볼 거 없다’는 1999년 개봉된 영화다. 서울서부경찰서 강력반 형사 우영민(박중훈)은 언제 어디서나 방아쇠를 당겨도 부담 없는 가스총을 애용하는 막싸움 달인이다. 여기에 신사적이고 스마트하며 술·담배도 하지 않는 깔끔한 검도실력의 김동석(장동건) 형사가 가세하여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도 조직 폭력배 보스 장성민(안성기)에게는 깜냥이 되지 못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탄광 갱도 앞 빗속에서 벌어지는 결투 장면, Bee Gees의 ‘Holiday’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우형사는 장성민에게 제대로 된 주먹 한 방 날려 보지도 못하고 죽도록 얻어터진다. 그러나 그렇게 얻어맞아가며 시간을 번 덕에 경찰 병력들의 포위로 검거 하고 만다.
◆ 영화 ‘인정사정 볼 거 없다’ OST
O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당신은 휴일같이 평안한 사람)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두 소절만 넘기면 자신도 모르게 심취한다. 귀로는 편안한데 뇌로는 심오한 철학적 의문을 자문자답해야 하는 흔치 않은 경험 때문이다.
◆ 실화를 바탕으로 2006년 개봉한 영화 ‘Holiday’
1988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던 ‘지강헌사건’에서도 이 노래가 등장한다. 당시 마지막 순간임을 직감했던 지강헌은 경찰에게 Holiday카세트테이프를 요구했다. 그는 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창문을 깨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시도 직후 경찰특공대원들이 진입해 인질로 잡혀있던 가족들은 모두 무사히 구출되었지만, 경찰진입과정에서 지강헌은 총 2발을 맞았고, 같은 날 세브란스병원에서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Holiday’는 2006년 개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