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와 골동품
“쓰레기와 골동품의 차이는 그것이 어디에 놓여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서 쓰레기와 골동품이라는 언어는 숨겨진 구조를 드러낸다. 결국 문제는 무엇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느냐에 귀착한다.
르네상스시대에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은 자신이 창조하고 싶어 하는 그림이나 조각을 만들지 못했다. 대개는 교회로부터 무엇을 그릴 것인지 상세하게 지시를 받았고, 심지어 어떻게 그려야 할지까지 지시를 받았으며, 완성되고 난 후에도 이러저러하게 수정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예술은 이와 다르다. 오늘날 예술가들은 자신을 위해 작업한다. 이들은 경계선을 허물고, 통념을 깨뜨리고, 뭔가 새로운 충격을 주고, 내적 자유를 쟁취함으로써 보상을 받는다.
♦ “나에게 비즈니스는 예술의 가장 고상한 형식이다.”
– 앤디 워홀 Andy Warhole –
팝아트는 대중적인 예술이며, 결코 ‘창조의 고통’ 등을 가장하거나 강조하지도 않는다. 예술을 삶의 가치 중 비교적 낮은 단계의 돈벌이로 전락시키면서도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엉뚱한 상상과 남다른 시각으로 전통적인 가치를 무너뜨린 예술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예술 자체가 아니라 ‘의미가 담긴 물건’이라는 데 주목했고, 성공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현대 비지니스는 제품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의미를 부여함과 동시에 상표를 붙임으로써 종교와 역사 예술과 결부시켜 의미가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결합가치 Associated Value’를 활용한 『코드마케팅』
쇼비지니스에서 첫 번째 단어를 강조하면 두 번째 단어는 저절로 따라 온다. 고급 승용차를 팔고 싶을 때 아름다운 여인과 고급 골프채와 함께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 티셔츠에 폴로 로고를 인쇄하면 값이 올라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즉 어떤 물건에 걸 맞는 가치를 빌려 오고 싶을 때는 이미 가치가 확립된 물건 근처에 그것을 갖다 놓는다. 이런 근접성은 유사성을 암시한다.
이런 것을 광고에서는 ‘결합가치 Associated Value’라고 한다. 결합가치의 사례로 비누광고를 볼 수 있다. 비누광고에는 어린이가 많이 등장한다. 어린이의 『코드』가 ‘순결’이기 때문이다. 즉 어린이 = 순결 , 순결 = 깨끗함, 깨끗함 = 비누라는 삼단 논법의 전개 방식이다.
누구라도 비누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을 팔려면 똑똑한 사람이 필요하다. 똑똑한 사람은 문사철(文史哲 : 문학, 역사, 철학)에 해박한 탄탄한 지식을 토대로 인간의 감성을 표현한 예술을 이해하여 이러한 것들을 상업적 관계와 융합시킨다. 이것이 『코드마케팅』이다.
♦ 상업적 관계와 융합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계로 예술품을 복제하는 것은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만일 모든 사람이 모나리자의 인쇄본을 갖게 된다면, 오리지널 작품의 가치가 훼손당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 복사본을 많이 소유하는 것은 그만큼 진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많은 사람이 인쇄본이나 복사본을 원한다면 진품의 희소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진품의 가격이 최고점을 계속 뚫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사람들은 자기 물건에 대한 희소성을 ‘원조’라는 언어로 포장하게 되었다. 오늘 날 원조 콩나물국밥, 원조 할머니 추어탕, 원조 아구찜 등 ‘원조’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제품의 차별화에 있다.
이런 흔적은 유명한 명품에서 볼 수 있다. 한 세대 이전 사람들은 이런 차별성을 ‘예술’이라는 언어에 집착했다. 그 결과
루이 뷔통 가방 = 여행의 예술, 티파니 = 쇼핑의 예술, 마르텔 코냑= 마르텔의 예술, 에어프랑스 = 비행의 예술, 몽믈랑 만년필 = 필기의 예술
고급문화의 표상을 통째로 들어서 잘 나가는 소비재 이미지 옆에 갖다 놓는 『코드마케팅』 전략이다.
♦ 고급문화의 표상
이러한 시도에는 고급 두뇌회전이 필요하다. 일종의 ‘분석심리학’이 그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대중을 진지하게 고려하여 해당 제품을 독특한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그 측면을 ‘소유’하기 위해 시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남을 능가하기 위해 받게 되었던 고통을 이야기 하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 소비자의 지갑은 반드시 열리게 된다. 『코드마케팅』의 기법 중의 하나다. 비과학적인 인간 욕망의 본질에 대해서는 과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코드마케팅』 여정은 계속 되어야 한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