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마케팅』 7 –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

♦ 『코드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

 

드비어스(De Beers)는 다이아몬드 채광, 유통, 가공, 도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하는 회사이다.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 공급을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가격이 높게 고정되도록 하는 음모를 꾸민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냉정하게 볼 때 드비어스의 성공은 세계인의 가슴 속을 파고든 브랜드 창출에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드비어스의 카피는 광고계에 “좋은 광고는 영원하다”는 전설로 남아 있다.

 

우리는 흔히 드비어스의 명성과 신뢰를 교묘한 공급 조절 결과로 생각하지만, 그 진정한 성취는 수요 창출로 이어진 브랜드효과에 있다. 설사 광고가 수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해도, 사람들의 욕망을 창출해서 시장을 재구성 할 수 있다는 『코드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전통적 다이아몬드 시장

 

중세 시대에는  다이아몬드가 지위와 권력을 상징하여 황실의 귀족이나 성직자 등 최상류 사람들에게만 착용이 허용되었다. 다이아몬드가 투자의 대상이 된 것은 1888년 드비어스가 설립 된 이후 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신흥 부자들에게 다이아몬드는 이전 귀족들이 사용하는 똑 같은 제품은 비록 아닐지라도 유사한 물건은 소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라고 불렀던 명목가치에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특별한 물건들을 소유하고 과시하는 데서 심리적 만족감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구입해서는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깊이 숨겨 놓고는 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이후 다이아몬드 시장은 붕괴되었다. 집안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던 다이아몬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시장에는 공급이 과잉 되었다. 다이아몬드 산업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 다이아몬드 가치 폭락과 드비어스의 위기

 

금이나 은과는 달리 탄소 동소체인 다이아몬드는 두드려 펼 수도 없고 전기도 통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가만히 앉아서 반짝일 뿐이다. 이것은 보석이 가지는 역설을 만들었다. 즉 보석을 매우 가치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특성이 종국에는 무가치하게 만들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사라지지 많지만 실용적인 용도는 거의 없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 밀림인 가나, 나미비아, 보츠와나 등에서 새로운 광맥이 발견 되었다. 다이몬드 산업으로서는 수요 위축에 공급과잉이라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던 것이다.

 

세상에서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는 방법은 자동차와 해외여행, 시계, 모피코트를 선물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루비, 사파이어, 터키석, 오팔, 토파즈, 오닉스 같은 보석들이 다이아몬드 보다 더 칼러플하고 더 이국적이며, 에로틱하고 로맨틱했다.

 

♦ 할리우드 여배우에 다이아몬드주얼리 협찬

 

선택의 갈림길에서 드비어스는 할리우드와 손을 잡고  194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조안 크로포드(Joan Crawford)에게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협찬하였다.  협찬으로 대중에게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각인시켜 쌓여 있는 재고를 줄이겠다는 당시로서는 기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본 남녀의 입장은 갈렸다. 여자 입장에서는 “조안이 갖고 있는 것을 나도 가졌으면…” 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조안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싼 여자야…”라고 생각하게 했던 것이다.

 

고민이 깊어진 드비어스는 광고대행사와 머리를 맞대고 두 가지 테마로 헤드카피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하나는 다이아몬드의 탄생석이 4월 이라는 ‘봄’과 다른 하나는 ‘웨딩’이라는 주제였다.

 

그 결과 정말 “좋은 것”이 1947년 4월 프랜시스 게러티(Francic Gerety)라는 이름 없는 한 여성 카피라이터에게 떠올랐다. 그녀는 ‘봄’과 ‘웨딩’ 중 ‘웨딩’을 선택했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헤드카피가 탄생했다.

 

이 네 단어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철칙을 단 번에 무너뜨렸다.

 

“이 조그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합니다. 당신의 크나 큰 사랑은 영원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그 둘을 갈라 놓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 다이아몬드 『코드』를 “영원”으로 ‘각인’시켜

 

 

다이아몬드가 영원하다는 데에는 드비어스의 교묘한 마케팅 전술이 녹여 있다. 다이아몬드가 영원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우리는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그러므로 다이아몬드는 당신의 가족 안에 그리고 당신이 남기는 유언장 안에 남아 있어서 누군가는 그것을 간직해야 한다. “가족 안에 간직하기”라는 목적이 교묘하게 녹여 있다. 다이아몬드가 2차 시장으로 나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영원한 사랑의 징표인 다이아몬드를 신부의 왼손 약지에 끼워주는 사진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다이아몬드는 왼손 가운데 손가락인 중지에 끼는 것이었다. 이는 “사랑의 핏줄”이 심장에서 중지 끝으로 직접 연결되었다고 여겼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믿음이 전래되어 온 이유이다. 그런데 약지에 끼우는 사진으로 아직 중지가 남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결혼 10주년, 20주년, 30주년을 노리는 의미가 내포해 있다.

 

불멸의 사랑에도 중의적 의미가 있다. 미국인의 이혼율은 50%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다이아몬드처럼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기 때문에 가치저장의 수단임을 내포 한다. 다이아몬드의 투자가치와 전매가치를 부각시킨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낭만적인 사랑의 영원성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믿음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에 운이 좋으면 돈 벌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 보석을 찾아내기는 쉽다. 하지만 팔기는 어렵다.

이런  시도는 『코드 마케팅』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다이아몬드를  “영원”이라는 ‘코드’로 각인 시켜 가족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도록 하는 것은  다이아몬드 2차 시장을 파괴하려는 교묘한  ‘마케팅’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사랑이 깨질 때를 대비한 유용한 가치 저장 수단임을 살며시 어필한다. 결국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사고 또 사되 절대로 시장에 나오게 (되팔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보석은 찾아 내기는 쉽지만, 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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