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라트 로렌츠의 ‘각인’ – 동물행동학으로 노벨상 수상
어릴 때의 경험이 ‘인식코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 사례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새끼오리들이 처음 본 대상을 어미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한 거위새끼가 부화기 안에서 부화했을 때 처음 본 콘라드를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이런 행위를 콘라드는 ‘각인(imprinting)’이라고 정의 했다.
새끼거위가 처음 눈을 뜬 순간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각인본능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각인’의 발견으로 그는 1973년 동물행동학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 받게 했다.
♦ ‘각인’은 본능으로 유전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태어날 때 아무런 지식을 갖지 않고 태어난다. 춥거나, 덥거나, 상처가 나거나, 통증을 겪거나, 배가 고픈 경우에는 본능에 따라 반응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각인’은 본능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일단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 뇌에 박히는 현상인 ‘각인’이 되면, ‘각인’은 사람의 사고 과정을 무엇보다 강하게 규정하고 그에 반응하는 행동을 만들어 낸다.
♦ ‘각인’은 ‘파충류 뇌’ 영역
인간의 뇌는 ‘대뇌피질’, ‘변연계’, ‘파충류 뇌’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대뇌피질은 언어 습득, 계획, 추상, 지각 등 복잡한 정신 작용이 일어나는 곳이고 변연계는 행동, 감정, 동기부여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세 번째 영역인 ‘파충류 뇌’는 호흡, 체온 조절, 균형 등 신체의 중요한 기능을 관장한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파충류 뇌’가 공격성, 지배, 세력권 보호 등 종 전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능적 행위를 담당한다. 대뇌피질, 변연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생존을 위한 본능에는 파충류 뇌가 담당하는 것이다.
‘파충류의 뇌’는 다시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후각 기능을 맡는 앞부분, 시각 기능을 맡는 중간 부분, 그리고 몸의 평형과 조정 기능을 맡는 뒷부분이다. 이 세 가지 부분은 척추 위에 있는 뇌간이라고 하는 보다 원시적인 뇌에서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은 뇌 구조는 인간의 조상인 물고기의 단순한 뇌에서 유래되었다. 후각과 시각 사이에는 ‘간뇌’라고 하는 시각과 후각을 종합하는 통제소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분석되고 종합된다. 즉 이곳에는 번식하고 먹이를 찾고 도망가는 가장 기본적 본능이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어 ‘파충류 뇌’는 이 본능에 따라서 자동반사적으로 행동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파충류 뇌’는 생명유지의 뇌로써 본능이 숨어 있는 곳이다. 앞서 말한 새끼거위가 처음 눈을 뜬 순간 부화기를 내려다보던 로렌츠와 눈이 맞아 로렌츠를 어미로 착각하는 것은 새끼거위에게는 시각 기능에 앞서 간뇌에는 이미 알에서 깬 후 처음 보는 물체가 어미라는 지식이 본능적으로 ‘각인(imprinting)’되었기 때문이다.
♦ ‘파충류 뇌’는 생존본능의 기능
‘파충류 뇌’는 사람이 태어나서 숨을 거둘 때까지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움직여 온 몸 속으로 혈류를 보내 체온을 유지하게 하는 생명 유지의 본능을 한다. 갓난아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파충류 뇌’ 기능은 그 뿐만이 아니다. 자기 보호를 위한 공격성, 영역보호 등 적극적인 생명 유지를 위한 판단을 본능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작용을 한다.
특히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든지 화가 나 있거나 흥분 된 상태에서는 파충류의 뇌가 작동하는데, 이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대뇌피질’이나 감정을 제어하는 ‘대뇌변연계’의 작동이 일시 정지 한다. ‘파충류 뇌’가 현상을 이해하고 설득 당하기보다는 자신의 생존 본능에 더욱 집착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이다. ‘파충류 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오로지 생존방법을 찾아야 하는 당위성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파충류 뇌’가 위기상황에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 어느 순간에도 ‘파충류 뇌’는 작동한다.
‘파충류 뇌’가 항상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너무나 많다. 운동을 할 때 균형 잡기, 역한 냄새에 코를 막아 폐를 보호하기, 자동차 운전할 때 신호 지키기, 날라 오는 골프공 피하기 등 일일이 열거 할 수 없다.
♦ 『코드마케팅』 이론 핵심 근거 – ‘파충류 뇌’
『코드마케팅』 이론 체계의 핵심은 사람이 쇼핑을 할 때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뇌가 ‘파충류 뇌’라는 개념이다. 기존 마케팅 이론과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기존의 마케팅이론은 사람의 이성과 감성에 호소한다. ‘대뇌피질’, ‘변연계’의 이성과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2% 부족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선전 광고는 모던한 디자인의 컬러풀한 차량에 댄디한 신사가 섹시한 여성을 옆자리에 태우고 선루프를 개방한 채 해변 도로를 질주한다. 상상만 해도 멋지다. 그러나 그 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은 그 정도의 장면은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위험 때문이다. ‘파충류 뇌’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광고 편집은 앞 장면은 대폭 줄이고, 시속 180km에서의 안전한 코너링과 브레이크 작동 모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자동차는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파충류 뇌’『코드』에 맞춘 『마케팅』이 요구 되는 것이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