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들이 치킨집으로 몰리는 이유
자영업자 570만인 한국에 치킨집이 36,000개가 넘는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보다도 많다. 엄연한 사실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치킨 집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쉽게 할 수 있어” 은퇴자들이 많이 몰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코드 마케팅』이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코드’를 찾아가 보면 그런 게 아니다.
♦ ‘키워드분석’과 ‘인식코드’
‘인식코드’란 하나의 단어가 주어질 때 머리 속에 연상되는 단어들을 말한다. 연상되는 단어들 속에서 사람들 뇌리 속에 잠재 된 단어로 ‘인식코드’를 찾아내는 것이다.
‘키워드분석’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키워드분석’은 이성적 개념이지만, ‘인식코드’란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고, 느끼고, 실행했던 누적된 경험치로 각인된 개념으로 생존을 위한 본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서 ‘소주’라는 키워드가 주어졌을 때 추위, 인내, 슬픔, 고독, 이별 등 무거운 단어가 많다. 반면에 ‘맥주’라는 키워드가 주어졌을 때 연상되는 단어로는 더위, 기쁨, 축제, 사랑, 만남 등 긍정적이고 희망찬 단어가 대부분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술과 안주를 생각해 보자. ‘소주’라는 단어에서 연상 되는 안주는 ‘삼겹살’, ‘맥주’ 하면 ‘치킨’이다.
♦ ‘키워드분석’을 ‘소비자행동분석’으로 활용, 실패하는 일 많아
‘키워드분석’은 기업들이 ‘소비자행동분석’으로 마케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광고를 하는 등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기 위하여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기업들은 ‘소비자행동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개인적 특성, 심리적 특성, 사회문화적 특성 등 구매결정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행태를 유형별로 분류하여 시장을 세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적시장을 선정하여 신제품 개발의 방향을 잡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키워드분석’은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단어들을 찾아내서 키워드로 하고, 전화나 인터넷 설문 또는 직접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이유는 조사하는 방법과 조사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질문 받는 사람들에게 있다.
♦ 여론조사가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
우리는 질문을 받으면 논리적인 답변을 하려고 하거나 질문자가 기대함직한 답변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답변으로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정하는 무의식적인 진실이 들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여론조사와 시장조사가 자주 판단을 그르치게 하거나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다. ‘키워드분석’이 사람들의 이성적인 답변을 끌어 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 ‘인식코드’는 본능에서 나오는 진심을 담아
여론 조사가 제대로 되려면 본능이 자리 잡은 ‘인식코드’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들의 내면 속의 진실은 여기에 있다. ‘인식코드’는 어머니 품속에서부터 느꼈던 감정에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배웠던 직·간접적인 경험치에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동양식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이 바뀌면서 자동차의 급정차 소리가 날 때 무의식적으로 달려서 위험을 피하는 행동은 ‘키워드분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식코드’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추운 겨울 고독한 표정의 남자 주인공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봐 왔다. 반면에 ‘치킨’은 어릴 때부터 엄마의 보너스, 기쁜 날, 생일파티 등으로 연상 되고, 성장해서는 파티와 댄스 그리고 팀워크를 연상시키는 광고를 많이 접해 왔다.
성장 한 후에는 샐러리맨으로 업무시간 중의 긴장감과 짜증을 퇴근 후 동료들과 삼겹살과 소주로 풀고, 자리를 옮겨 치맥으로 입가심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다음 날 새로운 결심과 희망으로 회사로 복귀한다.
♦ 한국인에게 ‘치맥’의 ‘인식코드’는 “희망과 조직으로의 복귀”
그러므로 한국인에게 ‘치맥’의 ‘인식코드’는 “희망과 조직으로의 복귀”이다. 이런 이유로 은퇴한 사람들이 ‘치맥’집을 많이 오픈 한다. 퇴직 후 조직으로부터 퇴출 된 우울함을 이기고, 동료들과 헤어진 외로움을 달래며, 경제 활동을 통한 조직(사회)로 복귀를 위해 창업하는 업종이 ‘치맥’인 것이다. ‘치맥’에 대한 ‘인식코드’가 퇴직자의 재기라는 염원과 희망이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의미이다.
『코드 마케팅』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 마음 속에 잠재 된 ‘인식코드’를 찾아내어 ‘본능적인 소비자행동분석’을 연구하는 이론이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