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마케팅』 14 – 브룩 쉴즈와 청바지

<사진 : 1980 Brooke Shields의 Calvin Klein 청바지 광고/ 유튜브에서 캡쳐 / 기사 말미에 동영상 ‘다시보기’ >

 

1980년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은 당시 15세 어린 소녀 브룩 쉴즈(Brooke Shields)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와 함께 청바지를 출시한다.

 

♦ 대표적인 ’노이즈마케팅’ 성공 사례

 

“잠자리에서는 샤넬5만을 입는다.”는 마릴린 먼로 카피아이디어를 차용한 이 광고는 엄청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켜 ‘노이즈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 된다.

 

시작은 다분히 철학적이다.  청바지를 입은 브룩 쉴즈가 책을 보다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독서로 마음과 교감 하지요” (We’re reading us to the mind)

그러나 다음 문장은 성적인 암시가 다분히 노골적이다.

“캘빈의 진은 내 육체와 맞닿아 있어요.” (would Calvin’s out of the body)

이 말을 듣고 잔뜩 호기심에 들뜬 시청자들에게 결정타가 나온다.

“저와 캘빈 진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지요 ?  아무 것도 없어요.”

(You wanna know what comes between me and my Clavin’s?   Nothing)

 

이 광고가 발표되자마자 뉴욕의 ABC, CBS는 즉각 광고 방영을 중지시켰다. 미성년자인 브룩 쉴즈를 통한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를 통한 섹스어필광고가 성적으로 너무 자극적이고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요소가 많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빈 클라인 청바지는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갔다. 광고가 나가자마자 다음 주에 40만장이 팔렸고, 단 한 달 만에 400만장이 팔린 것이다.

 

♦ 청바지는 섹스

 

캘빈 클라인은 이 마케팅 아이디어에 대해서 “청바지는 섹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더 단단하면 할수록 더 판매가 잘 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단단할수록”이라는 말에 방점이 찍히는 대목이다. 현대사회는 법과 질서 아래 인간의 본능이 절제되고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도시의 화려한 조명 이면에는 음습한 욕망으로 가득 찬 공간이 구석구석 실재한다. 청바지 특유의 거친 소재는 숨겨진 인간의 성적 욕망을 표면까지 표출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본 것이다.

 

♦ 가장 미국적인 문화 코드 청바지

 

청바지는 1830년대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금광이 발견되어 많은 이들이 금을 캐기 위해 모여든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해어진다는 데에 착안하여 질긴 천막용 천으로 바지를 만든 리바이 스트리우스에 의해 발명 되었다.

 

질기고 튼튼한 청바지는 1930년대부터 일반인에게까지 실용성을 인정받아 널리 보급되었고, 미국 서부 영화의 주인공이 청바지를 입고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유행이 되었다. 광산노동자를 위한 작업복으로 시작하여 카우보이에 이르기까지 가장 미국적인 문화 코드인 청바지는 1955년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입고 출현하면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 제임스 딘, <이유 없는 반항>

 

그가 입은 청바지와 빨간색 재킷은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문화코드가 되었다. 청바지를 입은 제임스 딘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이었다. 그의 사후 1960년대를 달구었던 변혁의 회오리바람 속에 등장한 히피들은 전쟁과 핵무기, 침략을 반대하는 구호를 청재켓 등짝과 청바지 엉덩이와 허벅지에 페인팅 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반항정신의 상징물이 되었던 청바지는 80년대에 ‘디자이너 진’이 등장하면서 애초의 의미가 변질되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패션쇼에서 청바지를 소개하고 고가의 가격을 매기면서, 이제 청바지는 고객들이 손쉽게 지위를 살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디자이너 진’  효시, 캘빈 클라인

 

이 ‘디자이너 진’의 시발이 캘빈 클라인의 브룩 쉴즈였던 것이다. 지난 호에 설명하였듯이 특히 청교도 전통이 강한 보수적인 미국에서는 상류층으로 가면 인적 교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행실이 나쁠 경우 입 소문에 의해서 순식간에 매장된다고도 하였다.

 

♦ 최상류층 출신, 브룩 쉴즈

 

그런데 브룩 쉴즈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피가 흐르는 아버지와 영국 웨일스의 혈통을 물려받은 어머니 사이에서 뉴욕에서 태어난 최상류층이다. 그래서일까… 캘빈 클라인 광고 후 여기저기서 외설시비로 가십거리로 전락한 그녀는 더 이상 정상의 자리에 있지 못하고 그저 그렇고 그런 배우로 내려앉았다.

 

물론 많은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그녀의 섹슈얼리티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배역 제의를 하였지만, 1987년 명문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섹슈얼리티 쪽으로 굳어지는 것을 꺼려하여 계속 거절했기에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줄어든 원인도 있어 보인다.

 

참고로 프린스턴 대학은 1746년 청교도의 장로들이  하버드, 윌리엄 앤 메리, 예일 대학교 다음으로 미국에서 4번째 대학으로 설립한  보수적인 대학으로 총 3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아이비리그 대학이다.

 

『코드 마케팅』관점으로 보는 미국인의 sex에 대한 인식코드는 역시 “생존”이다.

그러나 sex의 인식코드가 “생존”인 것이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미투’를 보면 ‘타산지석’이 따로 없다.

 

브룩 쉴즈  캘빈클라인 동영상 다시보기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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