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행렬 / 나무위키에서 캡쳐 / 저작권 침해의사 없음>
♦ 미국에서 가장 남성다운 아이콘 – 카우보이
미국사회에서 가장 남성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 해병, 소방관, 카레이서, 영화배우, 복싱, 야구, 아이스하키, 농구 등 스포츠 맨 ? 아니다. 말보로 담배 광고에 등장하는 카우보이다.
카우보이라는 단어에는 와일드한 서부에서 생존하는 남자로서 질긴 생명력에 우정과 의리에 로맨틱한 정서가 내재한다. 그 이미지를 살린 카우보이모자나 부츠 등은 여전히 인기 있다. 미국 최고 인기 미식축구팀 중 텍사스주의 대표팀 닉네임이 ‘댈러스 카우보이스’라는 것도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제대로 된 카우보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발달 된 목축업으로 예전처럼 초원에 소를 방목하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 안에 가둬두고 있고, 도축장을 갈 때에도 차량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낭만적인 카우보이시대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 카우보이 빈자리를 피고든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
그 카우보이의 빈자리를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이 차지했다. 모터사이클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할리 데이비슨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할리 데이비슨만의 독특한 문화에 있다. 카우보이의 퇴장과 함께 등장한 거친 사나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의 패션이나 문화도 카우보이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다. 가죽조끼, 가죽바지, 부츠, 반짝이는 금속 장식물 등 다분히 미국적이다. 할리의 로고는 자유를 상징하는 독수리에서 따 온 것이며, 그들이 개최하는 오토바이 랠리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가 반드시 등장한다.
특히 할리하면 떠오르는 검은 선글라스, 덥수룩한 턱수염, 검은색 가죽자켓, 카우보이 스타일의 부츠 등은 미국의 터프한 남성 이미지 그 자체이다. 더군다나 할리가 특허를 냈을 정도로 그 정체성을 강조하는 귀가 찢어 질듯한 굉음은 일본 혼다와의 확연한 차별성이다.
♦ 영화 ‘이지 라이더’
‘이지 라이더(Easy Rider)’는 1969년 개봉한 미국 영화다. 히피문화가 유행하던 시절 두 청년이 마리화나 밀수로 번 돈으로 미국 대륙을 횡단하기 위해 할리데이비슨으로 동부로 떠나는 스토리다. 현실을 부정하는 반항아 캐릭터로써 사회 주류에서 밀려난 소외된 젊은이들의 반항과 좌절의 스토리를 담았다,
1960-1970년대 당시 미국은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맬컴 엑스, 마틴 루터 킹 암살사건 등 사건들로 분노와 절망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베트남 전쟁은 미국 청년층에게는 염세적인 현실부정의식을 초래했다. 이러한 현실부정은 미국 대륙 서쪽 끝 샌프란시스코에서 히피문화출현으로 표출 되었다.
‘이지 라이더(Easy Rider)’에서도 두 주인공은 LA에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뉴올리언즈로 떠나는데, 영화의 한 장면에서 사람들이 히피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장발이나 지저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희들은 자유롭기 때문” 이라고도 했는데, 이는 그들이 탄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에게 “자유”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 할리데이비슨 – “자유”라는 단어를 ‘각인’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1903년 밀워키에서 창업한 100년 기업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현대 자본주의에 뒤쳐진 것과 같이 할리데이비슨은 1980년 대 혼다와 야마하 등 일본 오토바이 업체에 밀려 85년에는 파산직전까지 내몰렸다.
1986년 새로운 경영진은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브랜드를 가장 미국적이며 야성미 넘치는 남성들을 위한 오토바이라는 점을 표방하면서 “자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할리데이비슨이 단순히 오토바이를 파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반항적인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전 세계에 파는 문화기업으로 탈바꿈 하게 된 배경도 영화 ‘이지라이더’스토리와 비슷한 것도 사람들 감성에 파고든 마케팅의 일환이다.
♦ 할리 데이비슨,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
이렇게 미국 문화코드 “자유”의 상징인 할리 데이비슨이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 데이비슨의 문화코드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뉴욕 퀸즈의 부유한 개발업자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 트럼프가 자식인 도널드의 ‘거칠고 반항적인’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목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뉴욕군사학교(New York Military Academy)’에 보낼 정도로 마초 기질이 강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미국 문화의 아이콘 중의 하나인 할 리가 반기를 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 데이비슨에 보여줬던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보여 왔다. 대선 때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무역적자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매슈 레바티치 할리 데이비슨 최고경영자와 이 회사 노조 대표를 백악관에 초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 데이비슨은 1901년 설립 이후 미국 성공의 역사를 썼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의 훌륭한 예”라고 추켜올렸다. 그는 “자랑스럽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할리 데이비슨”이라고도 했다.
♦ 트럼프, 심한 배신감 표출
그런 할리 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지난 6월 25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격화된 ‘무역 전쟁’의 불똥이 부메랑으로 돌아 온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에게 유럽은 미국 국내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할리는 미국에서 14만8000대, 유럽에 3만9800대, 아시아태평양에 3만300대 등을 판매했다. 할리가 기존에는 유럽연합에 수출할 때 6%의 관세를 부담했지만, 이번 보복 조처에 따라 관세가 31%로 5배나 뛰었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한 대를 유럽에 수출할 때마다 2,2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 생존을 위한 할리 데이비슨의 선택은 “자유”
할리 데이비슨의 마이클 플루고프트 대변인은 “유럽연합의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해외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이것만이 우리가 유럽연합 고객들에게 오토바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미 브라질,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에도 해외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해외 시설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할리 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 투항을 했다’며 격한 배신감을 터뜨렸다. 그는 25일 트위터에 “여러 기업들 중에서도 할리 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를 흔들어 놀랐다”고 적었다.
♦ 반항은 “자유”를 위한 몸부림인가 ?
할리 데이비슨은 미국 남자들에게 “자유”라는 ‘각인’으로 카타르시스를 준 기업이다. 덕분에 내면은 성실하고 얌전하지만 터프한 불량기를 표출해 보이고 싶은 남자들이나, 실제로는 부유한 화이트컬러가 타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미국인에게 있어서 할리 데이비슨은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트럼프대통령의 말을 따를 사람들이 아니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