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마케팅』16 – 공정과 책임

♦ 정치인의 미사여구 – ‘공정과 책임’

‘공정과 책임’, 이 말은 정치인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선거전에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공정과 책임’을 담보로 자신을 ‘선택’해 줄 것을 호소한다.

선택권이 유권자에 있음을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은 책임 져야 한다.

문제는  ‘공정’이라는 단어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현실 인식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정과 책임’은  미사여구에 그칠 수 있다.

♦ 시제품만을 보여주기로 선(先)판매

그렇다면 국가보다 작은 기업에서의 ‘공정과 책임’은 어떠할까 ? 일반적으로 생각 할 때 기업이 ‘공정과 책임’을 표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은 이익을 위한 영리집단이며, 영리추구에는 무한 경쟁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전문 사이트를 기업 ‘킥스타터’는 실제로 이런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코드마케팅』1편에서 필자는 한국에서 생산 된 제품을 미국시장에 내다 파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가 중점을 두고 있는 미국시장은 ‘킥스타터’로 대표 되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시제품(프로토타입) 만으로 선(先)판매가 가능하며, 펀딩 된 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완성된 제품을 생산하여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누구든 제품을 만들기 전에 아이디어만으로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먼저 현금을 받고 그 돈으로 주문수량만큼 생산하는 것이다. 현금으로 원재료를 확보하므로 원가가 절감되고, 반품도 없으니 재고도 남지 않는 꿈에도 그리는  방식이다.

♦ 故정주영 회장의 기상천외한 펀딩

1971년  현대그룹 故정주영 회장이 영국 바클레이은행에서 미포조선소를 건설할 차관을 달라고 요청할 때  5백 원짜리 한국은행권 지폐 뒷면에 그려진 거북선을 은행장에게 보여주며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앞선 1천 5백 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다.”라는 확신에 찬 설득으로 돈을 빌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회장에게 돈을 빌려 준 곳은 은행이고, ‘킥스타터’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익명이 참여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것이므로 방법이 다르다.  익명의 다수를 상대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들끼리 일대일로 만나 눈빛을 보며 소통한 경우와는 달리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인지 ‘킥스타터’의 펀딩 성공률은 33%정도에 불과 하다.

♦ 전 세계 스타트업의 성지

그러나 아이디어만으로는 돈을 구할 수 없어 탁상공론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에게 크라우드펀딩 전문 사이트인 ‘킥스타터’는 성지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킥스타터’는 3,291,290명이 펀딩에 참여하여 총 648,870,349달러를 펀딩 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기회를  살려 밑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킥스타터’라는 명칭도 스타트 모터가 따로 없는 150cc미만의 소형 오토바이에 달려 있는 부품 이름인 ‘킥스타터’에서 차용했다. 이런 작은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 때는 ‘킥스타터’를  힘 있게 깊게 차면서 스로틀을 살짝 당겨줘야만 한다.  ‘킥스타터’라는 회사 이름은 스타트업의 시동을 걸어준다는 의미다.

♦ ‘공정과 책임’을 위한 공익법인으로 변신

‘킥스타터’는 2015년부터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익법인이므로 ‘킥스타터’는 IPO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한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고, 회원수를 돈으로 카운팅 하고, 주식시장에 상장하여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익법인은 물론 영리법인이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보다는 공익이 우선이므로 공익사업으로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주주들이 항의할 수 없는 구조이다. ‘킥스타터’가 공익법인으로 전환한 이유는 ‘공정과 책임’이라는 회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다.  영리법인으로써 ‘공정과 책임’을 지킨다는 것은 모순으로 판단한 것이다.

킥스타터는 공정을 추구

‘킥스타터’는 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회사가 추구하는 임무와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한 공공 정책을 위한 로비 또는 캠페인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회사가 추구하는 임무와 가치가 ‘공정과 책임’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2015년 미국 기업 CEO의 급여는 기업에 속한 노동자의 평균 임금의 204배를 받았다. 그러나 킥스타터’ CEO20173.04배를 받는 데 그쳤다. 역산 하면 미국 기업 CEO 평균 보다 200배나 적은 금액이다.

공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 이행

2017년 스타트업의 공정한 경쟁룰을 위한 규정과 지침을 어긴 혐의로 359개의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63,262건의 자금이체와 회계처리를 금지했다.

이러한 중단과 금지 조치는 스팸 발송, 프로젝트 캠페인에서 거짓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잘못된 표현을 하는 경우,  도난당한 신용 카드 사용 등의 위반에 대한 징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이런 규정을 잘 모르고 일을 하다가 킥스타터에서 캠페인 중에 중단되고 쫓겨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그 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업무지원

스타트업이 제품 제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와 팀을 이루어 Hardware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제작자가 킥스타터를 시작하기 전에 제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무료 소스와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

또한 스터트업의 제품 제작자가 운송 및 포장과 같은 작업들에 대한 환경 의식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권장사항과 자료 등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제공하는 광고프로세스들을 타겟으로 하여 인디 영화와 같은 특정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광고를 제공한다2017년에는 더욱 정확한 프로필 매칭을 할 수 있는 Facebook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회공헌

킥스타터는 세후 수익의 5%를 좀 더 창의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건설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예술과 음악 교육에 세후 이익의 5%를 기부하고, 사회의 시스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5%의 기부금 외에 멕시코에서 여성 기업가들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원 네트워크를 조성하기 위해 일하는 단체를 지원했다. 멕시코에서는 100일 동안 창안된 모든 자금 지원 프로젝트에서 얻은 수수료를 기부하여 지역 비즈니스 개발 센터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포괄적인 비즈니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산업화 시기와는 차원이 다른 기업경영의 도덕성

산업화 시기,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가진 미국은 강력한 기업 연합체와 독점 기업을 토대로 성장하여  카네기, 밴더빌트, 모건, 록펠러 등은 일약 거대 기업을 일구었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불공정거래, 노동탄압, 마타도어, 불법로비, 합종연횡, 협잡 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저열한 행태를 서슴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이들 재벌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이런 ‘기업생태계’는 1980년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지식경제사회로 접어들면서 변신을 거듭하게 된다. 기업은 자신의 이익은 물론 자신이 속한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생각해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지식경제사회에서는 정보의 빠른 전파로 기업 이미지 관리가 기업 영속성에 중요한 팩터가 된 것이다.

그와 함께 산업사회의 기업생태계 전반에 깔린 미분적 분석기법 아래 철저한 노동력 관리, 원가절감, 무한출혈경쟁 등으로 접근해오던 방식에서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공정경쟁, 고용확대, 사회기여 등)을 이행하는 공정하고 선량한 기업 이미지를 표방하는 것으로 변화 되었다.

♦  킥스타터기업윤리, 이 시대의 “등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 본 킥스타터의 기업윤리는 이런 한계를 뛰어 넘는다. 그들은 전 세계 스타트업들과 크라우드펀딩 참여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공정한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관리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런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은 신뢰하지 않을 수 없으며, 기업의 영속성도 의심할 나위 없다. 이 시대 전 세계 스타트업의 성지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킥스타터’의 엄격한 사전 심사를 통과한 후에 진행되는 크라우드펀딩 홍보 캠페인 중에 수많은 펀딩 참여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펀딩에 성공하는 것은 엄청난 성취동기가 될 수밖에 없다.

‘킥스타터’의 사전심사과정과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보면 창의성을 요구하는 한편 공정한 경쟁룰을 고수한다. 이런 대목은 스타트업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여 도전정신을 일깨운다. 이런 도전과 노력은 스타트업이 짧은 시간에 엄청난 노하우를 얻게 되는 기회가 된다. 

이런 이유로『코드마케팅』으로 보는 ‘킥스타터’는 스타트업계의 “등대”이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등대”가 표시하는 방향을 좌표로 삼아야 하듯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킥스타터’의 생태계를 바르게 이해하고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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