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에 만취한 중세 유럽
중세시대에 음료는 와인이나 맥주 같은 알코올이었다. 17세기 유럽의 사람들의 맥주 소비량은 남녀노소를 포함하여 한 사람당 자그마치 하루 평균 3리터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시라는 권고를 받고 실천해 봤지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물이 맥주로 변하면 어렵지 않다. 매일 마시는 알코올은 이성을 흐리게 하고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중세 시대에 성에 대한 관대함이나 개방적 분위기는 이런 알코올 소비량과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어른 어린이 할 거 없이 여기저기 누워 잠자고, 토하고, 배설하는 장면이 중세 유럽의 풍경이라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는 당연히 게으름에 의한 생산성 저하와 그로 인한 빈곤과 기아, 전염병 등 혹독한 시련으로 귀착 된다.
♦ 커피의 등장, 생산성 증가로 이어져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커피처럼 각성작용이 강한 음료가 필요했다. 때마침 종교개혁에 의해 등장한 프로테스탄트가 주도하여 유럽에 보급되었다. 프로테스탄트는 카톨릭보다도 훨씬 금욕적이다. 그들은 알코올을 금하는 것으로 욕망을 제어했고, 커피를 마시게 함으로써 의식을 각성상태로 만들어 이성적으로 생활하도록 유도 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프로테스탄트는 부르주아로서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커피의 자극은 인간의 체력적 한계인 나태함을 극복하게 하였다. 프로테스탄트의 근면성과 부합하여 노동생산성은 증가하고 사람들은 그 전보다 건강해졌다.
♦ 프랑스 혁명의 촉매가 된 커피 문화
커피는 중동에서 수입되었다. 에티오피아의 고지대가 원산지로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미 금욕과 고행을 중시하고 청빈한 생활을 이상으로 하는 수피교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널리 유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유럽으로 퍼지기 시작한 커피는 17세기로 접어들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프랑스 상류층에게는 커피를 담당하는 하인을 고용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런던에서 커피숍을 ‘페니 대학(Penny Universities)’이라 불렀다. 싼 값에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라는 의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프랑스 혁명도 커피를 파는 카페의 위력으로 성공 했다는 주장이 있다. 귀족들의 사교 장소인 살롱이 폐쇄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카페는 지식인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이 문턱 없이 드나들어 치열하게 토론하며, 혁명을 구체화 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 홍차의 등장
커피와 더불어 서구사회의 욕망을 대변하는 기호식품으로 꼽는 것이 있다면 홍차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찻물의 빛이 붉기 때문에 홍차(紅茶)라고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찻잎의 검은 색깔 때문에 ‘Black Tea’라고 부른다.
영국인들은 오후 5시만 되면 ‘티타임(tea time)’을 갖는다. 이런 문화는 전쟁터에도 이어진다. 실제로 영국군 전투식량에는 티 타임 세트가 포함되어 있고, 1차대전 당시 포탄이 작렬하는 참호 내에서도 티 타임을 가졌다고 한다. 심지어 1945년 실전에 투입된 영국 육군 센추리온 전차에서부터 “boiling vessel”이라는 물 끓이는 장비가 기본 장비로 탑재될 정도다.
홍차도 커피와 마찬가지로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있다. 홍차는 노동자들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도록 박차를 가해주었다. 이는 노동인력 효율을 높여주고 나아가 이후 이어진 산업혁명에서 영국이 선두에 설 수 있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중국과의 홍차무역이 아편전쟁으로까지 번지게 된 배경이 된 것이기도 하다.
♦ 미국에서 쫓겨난 홍차
미국도 원래는 영국과 같은 차 문화의 나라였었다. 그런데 영국이 미국에서의 홍차 판매독점권을 동인도 회사에 주면서, 차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 이유로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사람들이 보스턴항에 정박해 있던 동인도 회사의 배를 습격하여 342개의 차 상자를 바다에 버린 1773년의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홍차 문화에서 커피 문화로 바뀌게 된다.
이 사건은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비화된 사건이지만, 그 이면에 홍차가 있었을 정도로 당시에는 미국인들도 홍차를 즐겨 마셨던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커피 문화권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프로테스탄트의 나라 미국에 상륙한 커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늘 깨어있는 의식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주목할 점이다. 근대화로 시작된 과도한 업무형태를 부추기고 지탱해 준 것은 늘 깨어있게 하는 커피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다.
♦ ‘Coffee Break’과 ‘Tea Time’
미국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간간이 ‘Coffee Break’을 한다. 일하다 지치면 잠깐 쉬면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반면에 영국 사람들은 일을 하다가 쉬고 싶을 때 ‘Tea Time’을 갖는다. Break과 Time에는 큰 차이가 있다. Time에는 일정 시간 쉰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Break에는 잠시의 숨 고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배경에는 이런 근면성이 내재한다. 홍차를 마시는 ‘Tea Time’에는 진하고 감칠맛 나는 부드러운 분위기와 격조 있는 전통 문화와 예술이 베어져 있다. 반면에 ‘Coffee Break’에는 활력 있는 분위기와 파이팅이 넘친다.
♦ 커피의 ‘인식코드’는 “각성”, 홍차는 “휴식”
오늘 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게 더 집중이 된다고 한다. 어느 한 나라 어느 도시가 아니라 스타벅스가 진출한 대부분의 나라와 도시에서 일반화 된 풍경이다.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다. 스타벅스 안에 다양한 여러 사람들의 대화와 함께 또 다른 소음 등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분위기가 그 속에 있는 사람의 가슴 속에 어떤 ‘의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졸음이 쏟아지지만 카페에서는 여간해서는 졸리지 않는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현대인은 기호를 소비하는 시대에 들어와 있다.”고 보는 관점이 있다.
이런 이유들로 『코드마케팅』 관점으로 보는 커피의 ‘인식코드’는 “각성”이다. 그리고 홍차의 ‘인식코드’는 “휴식”이다.
객원기자 : (주)굿먼데이 CEO 송승훈 / ryan@goodmonday.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