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허삼관의 ‘서러운 눈물’
위화(余華)의 ‘허삼관 매혈기’에서 주인공 허삼관은 피치 못할 일로 매번 피를 판다. 가장으로서 집안 대소사는 물론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로 필요한 급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허삼관이 노년이 된 어느 날 문득 젊은 시절 피를 팔고나면 보양을 위해 사 먹었던 붉은 돼지간볶음에 따뜻한 황주가 먹고 싶어져 난생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매혈을 결심한다. 그러나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피를 팔지 못한 그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자신이 이제는 피도 팔지 못할 만큼 늙었다는 걸 알고 난 서글픔 때문이다.
♦ 네모리노의 ‘행복한 눈물’
남몰래 사모하던 여자의 마음을 얻어 기쁜 나머지 이제 죽어도 좋다는 노래가 있다. ‘도니제티(Donizetti)’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Elisir d’amore)에서 주인공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라는 말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한 말이다. 그러나 평생 독신으로 살아 자식도 없었고, 든든한 후원자 덕에 경제적 어려움이 몰랐던 그가 늙은 허삼관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
먹기만 하면 세상 여자가 모두 제 것이 된다는 ‘사랑의 묘약’으로 싸구려 포도주를 속아 사 마시고, 술에 취한 실수로 여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던 네모리노도 결국에는 유산을 상속 받아 부자가 된 게 알려진 후 사랑을 얻었다.
동서고금을 넘어 삶의 윤활유는 돈이다. 그럼에도 돈을 얻기란 쉽지 않다. 남들도 돈 좋은 줄 알고 주머니 속에서 좀체로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돈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 대신 누구말대로 돈이 없다면 ‘가오’라도 있어야 한다. 돈도 없고 ‘가오’도 없다면, 평생 헛다리 짚으며 사는 팔자가 될 확률이 적어도 십중팔구다.
‘가오(顔)’는 일본말로 얼굴이지만 체면과 자존심 등을 의미한다.
<사진 : sbs 캡쳐 / 저작권침해의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