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팝으로 보는 세상』 – 돈보다 ‘가오(顔)’

가장 허삼관의 서러운 눈물

위화(余華)의 ‘허삼관 매혈기’에서 주인공 허삼관은 피치 못할 일로 매번 피를 판다. 가장으로서 집안 대소사는 물론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로 필요한 급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허삼관이 노년이 된 어느 날 문득 젊은 시절 피를 팔고나면 보양을 위해 사 먹었던 붉은 돼지간볶음에 따뜻한 황주가 먹고 싶어져 난생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매혈을 결심한다. 그러나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피를 팔지 못한 그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자신이 이제는 피도 팔지 못할 만큼 늙었다는 걸 알고 난 서글픔 때문이다.

네모리노의 행복한 눈물

남몰래 사모하던 여자의 마음을 얻어 기쁜 나머지 이제 죽어도 좋다는 노래가 있다. ‘도니제티(Donizetti)’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Elisir d’amore)에서 주인공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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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라는 말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한 말이다. 그러나 평생 독신으로 살아 자식도 없었고, 든든한 후원자 덕에 경제적 어려움이 몰랐던 그가 늙은 허삼관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

먹기만 하면 세상 여자가 모두 제 것이 된다는 ‘사랑의 묘약’으로 싸구려 포도주를 속아 사 마시고, 술에 취한 실수로 여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던 네모리노도 결국에는 유산을 상속 받아 부자가 된 게 알려진 후 사랑을 얻었다.

동서고금을 넘어 삶의 윤활유는 돈이다. 그럼에도 돈을 얻기란 쉽지 않다. 남들도 돈 좋은 줄 알고 주머니 속에서 좀체로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돈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 대신 누구말대로 돈이 없다면 ‘가오’라도 있어야 한다. 돈도 없고 ‘가오’도 없다면, 평생 헛다리 짚으며 사는 팔자가 될 확률이 적어도 십중팔구다.

‘가오(顔)’는 일본말로 얼굴이지만 체면과 자존심 등을 의미한다.

<사진 : sbs 캡쳐 / 저작권침해의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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