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제주대머리

판도라의 상자

제주도 화산석의 특이한 형체를 이용하여 대형 수석처럼 조형을 꾸미는 거사님 한분이 계신다. 옥불사 예전절터에 혼자 사는 그 분은 새벽어둠이 걷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해가 지는 저녁까지, 마치 톱니바퀴처럼…

동백꽃의 윤회

동백꽃이 돌아오는 시기인가 보다.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에는 언제나 한치의 오차도 없다. 제주도 해변가를 돌아보니 어느 곳은 만발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아무래도 내가 머무는 곳과 해변가는 4-5도 정도의 차이가…

공명조(共命鳥)

지인 두 분이 며칠 머물다 가셨다. 떠나신 뒤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것은 나의 자화상이다. 두 분의 거울에 비친 내가 바라본 내 모습이 어른거린다. 갑작스레 공명조(共命鳥)라는 전설의 새가 떠올랐다.…

비움의 소중함

요즘 들어 인연들이 오고가는 편이다. 많은 인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 관계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인연들로 인한 번거로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수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내…

가을의 문턱에서

3주 동안 머물던 손녀가 떠나고, 같이 머물던 아내가 잠시 밀양으로 떠난 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소식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온도의 차가움이 아직 반팔의 살갗을 서늘케 한다. 그렇게 식구들과의…

손녀와 코로나

요즘은 즐거움과 피곤함이 같이 하는 시간들이다. 코로나를 피해 아내와 함께 내 곁에 머무는 손녀덕분이다. 그 기간이 얼마나 길지는 모르겠다. ‘손녀, 아내와 함께하는 소소한 시간들을 일생에서 또 한 번…

친구의 방문과 인연

대학 동창 친구가 내 방에서 같이 며칠을 보냈다. 세속의 냄새에 민감하면서도 동양 사상에 대해 폭 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 특이한 친구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이는 투박함과 건방스런 말투… 하지만…

장마와 잡초

올해는 비가 많이 오는 듯하다. 절이 제주도 중산간도로에 위치해 있다 보니 억수 같은 쏟아지는 비가와도 조금만 지나면 땅 소게 스며든다. 많은 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절 마당 잔디에는 잡초들이…

산수국의 속삭임

오름을 오르는 중간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비에 흠뻑 젖었다. 바람과 함께 오는 비를 흠뻑 맞으며 오르는 오름길이 아주 먼 추억의 날을 떠오르게 한다. 어려서부터 무척이나 좋아하는 빗소리는 지금도…

들개와 인드라망

제주도에는 들개가 많은가 보다. 몇 달 전부터 절에 가끔 나타나는 백구가 있었다. 하지만 주지스님은 들개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니 나도 눈을 감을 수밖에는 … 그런데 주지스님께서…

옛날이야기

옛날 어느 분이 아름다운 매화를 보기위해 온 세상의 매화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매화가 자기 집 마당에 피어있었다. ================= 며칠 화엄경을 읽는 중에…

죽음이라는 경험

일정을 앞당겨서 부리나케 제주도로 돌아왔다. 주지스님의 따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메세지와 전화를 통해 듣고는 바로 올 수 밖에 없었다. 19살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비록 수행하는 스님이지만 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