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잊지 못할 이야기

순백의 절간에서

일주일 넘게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하여 내린 눈으로 절간엔 아름다운 설경으로 가득 차 버렸다. 사진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절경들이 아쉽다. 부도탑 올라가는 언덕엔 절간에 머물고 있는 늙은 아이들의 눈썰매장이…

코로나 시대에

아침엔 잔비가 내리고, 낮에는 강한 바람이 포행을 막더니 내일부터는 강추위가 시작 된단다. 날씨조차도 순서가 뒤섞이어 돌고 돈다. 우주 삼라만상이 서로 의지하고 상관하면서, 태어나고 소멸하는 질서정연한 관계로 존립한다는 옛…

경자년을 마무리하며

금년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엔 잠깐 동안 많은 비가 내렸다. 그렇게 사연이 많았던 한 해가 우리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내년에 그저 주님과 부처님에게 한발짝 다가가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주어지는 모든…

겨울 산행

그제는 한라산 영실코스로 윗세오름에 올랐다. 한라산은 눈이 쌓인 겨울 산행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눈이 온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위에 있는 주차장엔 올라갈 수 없단다. 어쩔 수 없이…

판도라의 상자

제주도 화산석의 특이한 형체를 이용하여 대형 수석처럼 조형을 꾸미는 거사님 한분이 계신다. 옥불사 예전절터에 혼자 사는 그 분은 새벽어둠이 걷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해가 지는 저녁까지, 마치 톱니바퀴처럼…

동백꽃의 윤회

동백꽃이 돌아오는 시기인가 보다.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에는 언제나 한치의 오차도 없다. 제주도 해변가를 돌아보니 어느 곳은 만발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아무래도 내가 머무는 곳과 해변가는 4-5도 정도의 차이가…

공명조(共命鳥)

지인 두 분이 며칠 머물다 가셨다. 떠나신 뒤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것은 나의 자화상이다. 두 분의 거울에 비친 내가 바라본 내 모습이 어른거린다. 갑작스레 공명조(共命鳥)라는 전설의 새가 떠올랐다.…

다기 세트의 갈등

열흘 전 아내의 친구로부터 다기 세트를 선물 받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에서 모자란 것만 받았으면 하였으나 다관 1개, 찻잔 5개, 숙우 1개로 완전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멋있는 다기…

비움의 소중함

요즘 들어 인연들이 오고가는 편이다. 많은 인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된 관계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인연들로 인한 번거로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수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내…

가을의 문턱에서

3주 동안 머물던 손녀가 떠나고, 같이 머물던 아내가 잠시 밀양으로 떠난 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소식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온도의 차가움이 아직 반팔의 살갗을 서늘케 한다. 그렇게 식구들과의…

손녀와 코로나

요즘은 즐거움과 피곤함이 같이 하는 시간들이다. 코로나를 피해 아내와 함께 내 곁에 머무는 손녀덕분이다. 그 기간이 얼마나 길지는 모르겠다. ‘손녀, 아내와 함께하는 소소한 시간들을 일생에서 또 한 번…

친구의 방문과 인연

대학 동창 친구가 내 방에서 같이 며칠을 보냈다. 세속의 냄새에 민감하면서도 동양 사상에 대해 폭 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 특이한 친구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이는 투박함과 건방스런 말투…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