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잊지 못할 이야기

시다림을 다녀와서

절에서 머물다보니 돌아가신 亡者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지금도 이 곳에서는 49재가 진행이 되고 있고 어제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시다림 (屍茶林)을 다녀왔다. 나 스스로 또한 잠시…

제주도의 장마철

장마철이어서인지 바람이 제법 분다. 숲속에서는 숲의 형태에 따라 바람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고, 무성해진 나뭇잎들을 큰 소리로 흔들대며 혼자 걷는 나를 위협도 한다. 하지만 땀으로 젖은 배낭 안쪽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잠시 걸음을 멈춰 세워 쉬게도 해준다. 바람은 그렇게 허공의 모습을 나뭇잎들과 하모니를 이루며 나의 귓전으로 스며든다. 바다에서는 또한 파도가 제법 세다. 어느 땐 잔잔한 모습으로… 별안간 제법 높은 흰 이를 연이어 드러내곤 한다. 벌써 60대 후반인 내가 센티멘탈해 지는 것 같아 부끄러워 얼른 차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주위에 있는 것들도 순간순간의 모습으로 인연에 순응한다. 비가 또 세차게 내린다. >>>>>>>>>>> 명예나 이익을 쫓지 않고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의 경계를 벗어난 사람을 기인奇人이라 하고, 특이한 말과 행동으로 남의 눈길을 끌려는 사람을 또한 기인畸人이라 한다. 기이할 기奇자와 병신 기畸자의 차이이다. -어느 신문의 기사에서- >>>>>>>>>>>> 제주대머리 현담

천도재를 준비하며

며칠 동안 천도재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도 번잡스럽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지만 동참비, 다라니, 영가옷등과 관련되어 보시금 관리를 하는 것이 가끔 마음에 걸린다. 특히나 연세가…

모슬포에서

오랜 만에 주지스님과 같이 작은 항구인 모슬포에서 저녁을 하게 되었다. 모슬포는 제주도에 머물면서 가장 정이 가는 작은 항구인 것 같다. 작지만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듯한, 큰 항구에…

monkey mind

벌써 숲 속에는 녹음이 한창이다. 갓 태어났던 잎들이 이젠 제법 성년으로 변해가는 아주 건강한 색깔이다. 그런 나뭇잎들이 햇빛과 어우러지면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모습처럼 생그럽다. 그런 오솔길을 걷고, 그런…

안개와 연꽃

새벽에 짙게 드리우는 안개에 웬만한 것들은 가려지고 책상 창가에는 몇 그루의 나무들만이 나랑 대면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짙은 안개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피어났던 인도 천축선원의 연꽃들이 떠오른다. 연꽃과…

현명한 바보

일주일 만에 돌아온 제주의 하늘이 황사로 인해 조금 먼 거리의 오름들이 보이질 않는다. 제주에서 처음 보는 아주 짙은 황사인 것 같다. 황사의 탓인지…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리 가볍게 느껴지질…

봄의 기운 속에서

완연한 봄기운이다. 두꺼운 겨울옷들은 벌써 깨끗하게 빨아져 다락처럼 만들어진 옷장 꼭대기의 작은 공간으로 옮겨졌다. 포행길에서 마주치는 곳마다 활짝 핀 유채, 가느다란 가지가지마다 노란 꽃들이 가득달린 개나리, 아직은 붉은…

아수라장과 깨달음

겨울옷들이 이제는 옷장 위 자그마한 공간 속에 쌓여지고 있지만 내가 걷는 산길들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단지 한 겨울과 다른 것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높게 자란…

노루와 갈매기

절간이 오랜 만에 분주해졌다. 사십구재가 이틀 건너 치러지고 입춘기도와 삼재불공 준비도 해야 하고 또 갑작스레 신도 한분이 돌아가시고… 밀양에 머물던 아내가 지인과 함께 오니 신경 쓸 일들이 겹쳐진다.…

회향廻向

절 주변 쌓여있던 눈들이 다 녹아버려 둘레길도 다 녹았으려니 생각하고, 산길로 들어섰으나 초입부터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들이 좁은 길에 군데군데 가득하여 도저히 차량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하는…

까만 눈동자

흰 눈이 덮어버린 세상은 순백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서 당황하게 하더니, 2-3일 더운 날씨에 녹아내리는 눈은 하루 이틀 추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1100도로와 한라산엔…